한국희곡

이근삼 '마네킹의 축제'

clint 2021. 8. 2. 11:01

 

 

1979년 극단 실험극장은 창작극 마네킹의 축제(이근삼작 양성진 연출)를 실험 소극장 에서 초연 공연하였다. 실험극장에서만 10년 동안 연출수업을 닦아온 신예 연출가 양성진 씨의 데뷔작품. 주인공 서동일 역에 강태기씨가 분하며 김진애 반석진 최종원 문용철 원근희 이경희씨 등이 공연함.

 

마네킹의 축제는 의류백화점 창고계 직원인 한 남자가 주변인들과의 심리적 마찰과 갈등을 창고속 마네킹들과의 대화를 통해 극복하면서 마침내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는 줄거리를 담은 일종의 우화극이다. 60여 편의 희곡작품을 쓴 이근삼의 몇 안 되는 비극적인 작품이다. 물론 작품 중간중간 재미있는 장면도 있으나 불우한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마네킹과의 축제는 동일이라는 남자의 유일한 탈출구일지 모른다.

 

 

 

 

의류백화점 창고계 직원인 동일은 아내와 사별한 남자로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효자와 사귀는 사이다. 친구도 없고 별 취미도 없는 그는 회사 일에 전념하는 것과 아내가 남기고 간 마네킹들과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효자는 과거 술집에서 일했던 경력 때문에 그걸 알고 취직시켜준 지배인과 관계가 있었으나 지금은 동일에게 전념하며 그녀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기대한다. 지배인은 그런 그들의 과거를 모두 알고 돈을 갈취하거나 회사 물품을 빼돌리는 등 부패한 인간이다. 여기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여기에 연류된 것 같은 동일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지배인은 과거 동일의 아내가 죽은 것도 동일의 소행인 거 아니냐며 크게 다툰다. 그리고 화해한다며 같이 술 마시고 가고 다시 회사로 들어온 동일은 마네킹들과 왕놀이를 한다. 물론 동일이 왕이고 죽은 아내는 왕비, 지배인은 신하, 효자는 후궁으로 나와 그들과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드는 것이다. 다음날 형사가 찾아와 지배인이 살해되었다며 그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동일은 취조를 받게 된다. 완강히 부인하는 동일은 잠시 회사로 풀려나고 그는 지배인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효자도 경찰 조사를 받는데 그러면서 그녀의 과거가 까발려지고 그녀는 그래도 동일에게 마음을 전한다. 그날밤 동일은 다시 마네킹들과 재판놀이를 한다. 주제는 동일의 재판이다. 동일은 무죄를 항변한다. 그러나 마네킹들은 동일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무 죄도 범하지 않았으나 그의 무관심, 방관, 소극적인 대응 등이 주변의 여러 사건을 방조한 결과라는 판결이다. 다음날 형사가 와서 두 사건의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동일은 없다. 효자는 다시 술집에 나가겠다고 전화하면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