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하여 반전을 거듭하며 인간의 숨은 내면을 파헤쳐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할머니의 장례를 아파트 집에서 치르는 중이고 밤중이다. 모두 자는 듯 손자인 남자1만이 상복 차림에 홀로 자리에 앉아 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데 환청인 듯한 소리는 점차 자신에게 대화하고자 하는 소리로 다가오고 커튼 쪽에서 손발이 들락거리는 게 현실로 보여지며 그 소리가 하는 얘기가 자신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하다. 그 소리의 요청으로 독경 소리를 틀고 향을 붙이자 남자2가 나타난다. 남자1과 비숫한 모습이다.
그들은 어려서부터의 일들을 얘기하는데..., 특히 못된 일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남자2의 날카로운 지적이 남자1의 마음을 찌른다. 할머니에 대한 효도가 지극한 것도 비꼰다. 결국 둘은 싸움이 크게 벌어지고 ... 남자2가 물러난 것인가 할 때 그의 소리가 다시 나오고 자신은 남자1을 관에 담아 저승에 보내려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남자1은 거의 죽을 상태로 늙었다. 그리고 죽는 남자1... 잠시 후 밝은 조명이 들어오면 남자1, 처음처럼 앉아 있다. 그리고 끝난다.

작가의 글
이 희곡 「합일, 이탈 그리고 근접 조우」는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최종심에 올라간 작품이다. 그 당시 심사평을 돌이켜보면 나의 작품은 내 나이가 아직 어려서 앞으로 얼마든지 등단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작품을 써낸 다른 이에게 상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어린 건 사실이었지만, 사연 있는 이야기라 두고두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짐작하겠지만 나와 할머니 얘기이다.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글 쓰겠다고 남아서 나이트클럽 웨이터 보조 등등을 전전하며 사는 나의 모습은 부모님 입장에서는 분명 백수건달이었을 것이다. 부모님의 강압에 강원도 동해시에서 할머니 병간호를 맡게 된 나는 계속 서울 생활을 그리워하다가 할머니가 조금 차도를 보이자 결국 도망치고 말았다. 얼마 후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받고 내려가서 임종을 지켰다. 할머니에게 더 잘해 드릴 수 있었음에도 조금 더 못 참은 것이 너무나 죄송해서, 이 희곡을 쓰게 되었다. 그걸로 죄송스러움을 다 갈음할 순 없겠지만 언젠가 희곡집을 내면 반드시 표제작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연출하게 되면 꼭 제대로 극화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전분악 여사님, 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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