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록원 '성실하고 창조적인'

clint 2021. 5. 28. 21:09

 

 

두 명의 박정식은 동명이인을 만났다는 반가움 속에 첫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곧 입사 면접 테스트가 시작되고,

둘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거칠게 공격하기 시작한다.

172인극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글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Sisyphos)는 이승에서 신들을 기만한 죄로 지옥으로 떨어져 끊임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가파르고 험한 산꼭대기에 큰 바위를 올려놓아야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운명. 그러나 갖은 인고를 견디며 올려놓은 바위는 제 무게를 못 이기고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수십, 수백 번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시포스가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주 잠시지만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았을 때 누리는 시원한 바람과 성취감?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 지옥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자기 위로와 희망? - 어찌됐건 그는 한계가 분명한 조건 속에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것은 곧 부조리다.

인간의 태생적 딜레마를 얘기하고자 하진 않았다. 다만 일상에서 부조리를 만났을 때 우리는 큰 범주의 두 가지 선택권을 갖게 된다. 그에 순응하든지, 아주 하잘것없는 균열이라도 일으켜 저항하든지.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일 뿐. 우린 지금 헬조선이라 불리는 세성에 살고 있다. 하지만 삶은 저승이 아닌 이승, 현실 속에 존재함을 잊지 말자. ‘절대적이거나 영원히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없는 게 삶 아니겠는가.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 되기도, 제법 살아볼 만한 세상이 되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현실 속의 시시포스라면 어떻게 할까?

 

 

 

김록원

<햄릿, 쓸모 있는 인간>, <행복한 연희>,<개미집>, <투명 얼룩>, <오방색· 연희왕 타이틀매치>, <얼굴을 마주하다외 다수의 희곡을 썼다. 주요수상, 선정 경력으로는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수상, 두산아트센터 빅보이 선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