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왜곡시키려 해도 역사는 왜곡될 수 없다.동서를 막론하고 어느 누군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지켜보기 마련이고 피의 역사일 수록 그것이 감추어지기는 더욱 어려운게다.역사를 지키는 것, 그것은 곧 정신이다. 서구의 자유와 평등사상이 그러했고, 간디의 무저항 정신이 그러했고, 2천년을 이어온 기독교정신이 그러했다. 우리에게도 피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역경을 이어온 정신도 있다. 바로 선비정신이다.비록 유교에서 흘러온 것이긴 하나 우리의 반만년 역사에 큰 자리를 차지한 우리만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을 한다. 작품 "태"는 우리에게도 있을 수 밖에 없는 피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민족의 정신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곧게 살아야 한다.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휘지는 말자. 허나, 마구 곧게만 하라는 것은 아닐께다. 꺽이어 줄줄 아는 것, 그 또한 절개 못지 않은 용기인 것이다. 역사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 핏줄을 인정 할 줄 아는 용기가 바로 휴머니티인 것이다. 결국 세조는 박팽년의 후손을 이어줄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곧 제목이 이야기 하는 태, 이어옴 인 것이다.

단종이 그의 숙부인 수양대군에 왕위를 넘겨준다. 이에 사육신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세조가 된 수양대군은 사육신들에게 자신을 섬기기를 강요하나 사육신들은 이에 거부한다. 세조는 사육신들과 그의 가족을 포함하여 각 가문을 멸족시키라고 명한다. 이 중 박팽년의 아내가 해산달이 다가와 그의 부친인 박중림이 세조에게 해산을 할 수 있도록 명하나 거부한다. 이에 박중림은 세조를 죽이려고 칼을 꺼내다가 그의 며느리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의 며느리는 세조에게 해산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에 세조가 응낙하며 주문을 하되 아들이면 죽이고 딸이면 살리라고 한다. 한편 신숙주는 반란이 일어날까 두려워하여 세조에게 영월에 있는 상왕의 죽음을 간곡히 청한다. 이에 세조가 거절하자 신숙주는 왕방연으로 하여금 단종을 죽이게 하고 세조에게 어명을 청한다. 세조는 결국 이를 승낙한다. 어느 한 종이 신숙주에게 나아가 용서를 구하는 바 자신이 강보에 안고 있는 아기는 박팽년의 아이라고 밝히며 저번 강보에 쌓여 죽은 아이는 자신의 아이라고 밝힌다. 이에 세조는 자신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 하고 이름을 일산이라 짓고 박팽년의 후손으로 대를 잇게 한다.
<태>는 고도로 발달된 드라마 메카닉을 활용하여 제의적 분위기로 극을 진행해 나감으로써 한국연극이 개척해나갈 수 있는 한 방향을 제시하여 주었다. (조선일보 1974년 6월 8일)

나는 이 공연을 보고 1974년 7월호 <세대>지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논문을 썼다. <태>공연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떄문이다. 첫째, 극을 관객과 가까운 곳에 두었다. 단종을 둘러싼 피비린내나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들에게 가깝다. 이토록 친근한 역사적 사실의 표면구조에다가 죽음과 생명이라는 영원한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심층구조로서 구축했다. 둘째, 우리나라 사극공연에 있어서 번번이 실패의 요인이 되고 있는 설명적 대사의 평면적 전달을 지양하고 대담한 생략과 압축으로 대사는 시적 밀도를 지녀 극전개의 탬포가 빨랐다. 셋째, 육체적 동작의 리듬을 대사의 리듬과 합치시키고 다이나믹한 육체적 움직임으로 훌륭한 시각적 효과를 얻었다. 넷째, 탁월한 조명의 뒷받침을 받아 장치와 의상의 색조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 다섯째, 연기자들의 능숙한 표현기술과 연기적 앙상블의 성취. 극작가 오태석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심연과 외부세계의 일상성에 소통의 대가교를 놓았다. 우리는 그의 극언어를 통해 사과를 씻듯이 죽음을 맛보고 장미 향기를 맡듯이 생명을 느낄 수 있었다.<태>는 지상에서 영원을 부관할 수 있는 상징적 표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오태석은 내부를 알리기 위해 외부를 빌려오는 방법, 숨기면서 동시에 알리는 방법, 의미를 조직하고 확대하는 방법, 특정한 경험으로 다른 영역의 경험을 언급하는 방법, 풍부하고 다양한 것을 내포하면서도 확실한 것을 뿌리를 내리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연극평론>70년대 한국연극-문제작을 말한다 중, 이태주)
1974년 봄과 가을과 75년 가을에 공연됐던 <태>의 작품배경은 세조의 왕립찬탈과 사육신의 비극을 둘러싼 조선초기의 역사로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태’라는 강한 주제의식을 선과 색, 감동과 음악의 조화를 기조로한 리듬으로 바꾸어 놓은 성공작’이란 평을 받은바 있는 일종의 반사극이다. (중앙일보 1977년 1월 25일)

극의 줄거리만 보면 영락없는 역사극이다. 하지만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과거 속에 갇힌 역사극이라기보다
현대 사회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새로운 ‘역사극’이다. 텍스트와 시대 설정에 박제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의미다, 또한 세조라는 권력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 작품이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영역은
확대된다. 이 작품이 70년대에 쓰였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데, 당시 시대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수많은 희생이 난무했던 가운데 ‘권력’ 속에서도 끝내 유지된 ‘생명’이 있었음을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다. 역사가 요구한 것은 기성세대의 피가 아닌, 세상을 바꾸려는 젊은이들의 피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 작가는 그러한 가운데서도 끈질기게 살아남고 유지되는 핏줄을 통해 ‘태’의 강인함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극 중 가장 어린, 막 태어난 어린 태아의 목숨이 시대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좌지우지 되는 장면은 가장 긴장감이 서려있다. 자신의 아이를 주인에게 내주게 된 여종과, 여종의 아이를 단칼에 죽이는 손부의 태도는 시대의 비극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연극 ‘태(胎)’는 목화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 속에서 작품 역시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거의 30명에 달하는 배우가 등퇴장을 반복하지만 거듭 훈련된 움직임 덕분에 모든 동선이 안정적이다. 기동력이 좋은 무대라고 해야 할까. 장면마다 배경이 수시로 뒤바뀜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그 과정을 무리없이 이어간다. 더불어 그 안에서 배우의 연기 역시 흐트러짐 없이 중심을 잡고 나간다. 생략과 비약, 즉흥성이라는 목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스며든 동시에 작품은 할 말을 다한다. 러닝 타임은 80분으로 생각보다 짧지만, 객석이 가져가는 감동은 시간에 비할 것은 아니다.

吳泰錫 安民洙 演出의 〈태(胎)〉는 1974년 명동 國立劇場의 프로시니엄 아치 무대에서 첫 공연을 한 후, 다시 同年 드라마센터 오픈 스테이지에서 재공연되어 전해(1973)의 〈초분〉 공연과 함께 劇界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안겨준 문제작이였다. 나는 이 公演을 보고 1974년 다음과 같은 요지의 평론을 썼다.
〈태〉 公演의 성공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劇을 觀客과 가까운 곳에 두었다. 단종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들에게 가깝다. 2) 이토록 친근한 歷史的 事寶의 表面 構造에다가 죽음과 생명이라는 영원한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심층구조로서 구축했다. 우리나라 史劇 公演에 있어서 번번이 失敗의 요인이 되고 있는 설명적 대사의 평면적 전달을 지양하고 대담한 생략과 압축으로 대사는 詩的 密度를 지녀 展開의 템포가 빨랐다. 3) 肉體的 동작의 리듬을 대사의 리듬과 합치시키고, 다이내믹한 육체적 움직임으로 훌륭한 시각적 효과를 얻었다. 4) 탁월한 照明의 뒷밭침을 받아 장치와 의상의 色調와 아름다운 調和를 이루었다. 食肉店의 고깃덩이처럼 여러 모양으로 매달린 사육신의 고문 장면, 「족멸하라 족멸하라!」 하면서 신숙주가 펼치는 길고 긴 흰 두루마리의 사육신 명단의 시각적 효과가 주는 환상적 공포, 피의 죽음과 生命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끝없이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길고 빨간 탯줄의 상징적 표현의 完成美. 5) 演技者들의 능숙한 표현기술과 연기적 앙상블의 성취. 劇作家 吳泰錫은 이 作品을 통해서 안간 內面의 深淵과 外部世界의 日常性에 소통의 가교를 놓았다. 우리는 그의 劇言語를 통해 사과를 씹듯이 죽음을 맛보고 장미 향기를 맡듯이 生命을 느낄 수 있었다. 〈태〉는 地上에서 영원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 표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 作品을 통해 吳泰錫은 內部를 알리기 위해 外部를 빌려오는 방법, 숨기면서 동시에 알리는 방법, 의미를 조직하고 확대하는 方法, 특정한 경험으로 다른 영역의 경험을 언급하는 방법, 풍부하고 다양한 것을 내포하면서도 확실한 것에 뿌리를 내리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 이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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