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노경식 '철새'

clint 2017. 10. 21. 21:23

 

 

단막극「철새」는 1965년 신춘문예 당선 데뷔작으로, 직업적인 희곡작가의 출발을 알렸다.

현대 서울 근교의 유원지에 모여든 사진사, 우동장수 여인, 바 마담, 구멍가게 주인 등 뿌리 뽑힌 서민들의 삶을 철새에 비유하며, 휴머니즘에 입각해서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등장한 인물들이 민초이고 사실주의를 견지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노경식 희곡들의 특징이 아직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철새>(1막)
극단 드라마센타공연 드라마센타대극장(이원경 연출)
1965. 1. 25-28
‘신춘문예작품집’ (중앙출판공사)- 서울신문사(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제1회 “극작가 캐내기의 해” 공연

 

 

 

 


盧炅植(1938-)은 1965년<서울신문>신춘 문예에 희곡 [철새]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탄탄한 구성과 한국의 전통 리얼리즘 기법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따뜻한 인간애를 주로 그렸다. 또한 로오컬리즘이 짙은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그동안 [달집](<연극 평론>, 1971.3), [父子 1](<연극평론>, 1972.3), [小作의 땅](<한국문학>, 1978.4), [하늘 보고 활쏘기](<한국문학>, 1978.4), [黑河](<현대문학>, 1978. 7·8), [萬人義塚](<예술계>, 1986.5) 등의 작품을 내놓았으며, 70년대에 주로 활동하였다.
70년대의 희곡은 역사적 사실을 재정리하여 현재와 미래를 내다 보자는 역사극(윤대성의 [망나니]·[노비 문서] 등)이 많이 나왔고, 전통 민속의 현대극에의 수용이 유행을 이루었다. 또한 전통과 현대, 신토불이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융화와 함께 연출가들에 의해 '실험의 시대'가 전개되었다. 최인훈이 아기 장수 설화를 소재로하여 [옛날 옛적 훠어이훠이]를 내었고, 오태석은 장례 습속에서 빌어 온 소재를 바탕으로하여 환경 문제를 제기하고 기존 관습의 오류와 인간 존재의 생명성을 표현한 [초분]을 발표하였다. 이현화는 현대 도시인들의 삶의 공포를 기억 구조의 심리와 환상을 통하여 제시하는 [쉬-쉬-쉬-잇]을 발표하였는데, 그 작품은 도시인의 기계적인 삶과 개인주의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이강백, 박성재, 이언호, 이병원, 오태영 등이 활동하였다.
70년대는 신극 이후 60년대까지의 연극적 전통을 타파하고 연극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실천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구 연극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우리 고유의 연극을 창조해야겠다는 자아 발견의 획기적인 시기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같은 시대 정신에서 배출된 극작가들은 최인훈, 오태석, 노경식, 윤대성, 이재현, 이강백, 이현화, 김의경 등 오늘의 중견 극작가들이 모두 포함된다. …(중 략)… 무엇보다 70년대의 극작가가 80년대의 극작가의 주도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이 70-80년대의 구분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다만 작가에 따라 창작 경향을 조금씩 변화시킨 예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시각의 변화나 철학의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 마디로 70년대의 연극은 우리의 것을 찾는 정체성 찾기의 시기였고, 이 시기에 활동하였던 작가들 가운데는 80년대 뿐만 아니라 90년대까지 주도적 세력을 형성하기도 하였는데, 오태석, 윤대성, 이강백, 윤조병 등이 그러하다. 노경식은 이 시기에 [달집]이라는 전통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을 내놓았다.
희곡에서의 사실주의는 자연주의와 동궤에 넣어 발전되어 왔다. 이는 사실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주의가 나왔다는 데에 근거한다. 인간을 유전과 환경의 산물로 보고 인과의 법칙에 따라 객관적인 관찰을 하는 것이 사실주의의 본질이다. 에밀 졸라 Emile Zola(1840-1902)가 자신의 이론을 실천에 옮겨 1873년 발표한<테레즈 라켕>은 프랑스 하층 사회를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희곡이었다. 그는 극작가가 현대인의 심층과 환경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영향을 받은 사실주의 극작가들은 주로 현재에 관심을 두고 인간의 모든 체험 영역에서 작품의 소재를 이끌어 냈으며 특히 지금까지 잘 다루어지지 않던 소재를 즐겨 택했다. 일시적이고 평범하고 추악한 현실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사실주의가 가지는 불쾌하고 충격적인 경향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사실주의 극작가들은 강렬한 종말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극의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연후에 막을 내린다. 이 모든 수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방금 무대에서 벌어진 일들이 연극이 아니라 실제 인생의 한 토막이라는 환상(illusion)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1930년대에 '근대 희곡사의 주류인 리얼리즘 희곡이 확립'되어 당대 현실에 대한 객관적 구체적인 묘사가 본격화되었는데, 주로 '실제적 생존 문제에'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전통 사회의 안정된 가치관을 거부하고 변동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새로운 진실과 리얼리티를 추구하려는 비평적 정신이 사실주의 희곡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게 되고, 내면 세계로 시선을 돌리는 내성적 인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노경식의 [달집]은 1971년에 나온 작품이면서도 '1951년 음력 정월 대보름의 며칠간'을 시간적 배경으로하여 세대간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하려 한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적인 성격이 짙다.       

 

 

철새 커튼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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