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태수 '맹 교수의 원더풀 데이'

clint 2025. 12. 11. 12:35

 

 

여기는 남해바다가 보이는 가상의 신도시인 무천시.
문화를 사랑하는 시장의 결정으로 처음 창설된 연극예술제에 무천시 문화과장은 
서울에서 명성이 있는 연극전문대학의 맹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초청한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4일 동안 이국적 도시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 
신나는 일인 데다가, 보수까지 두둑한 연극 심사를 맡았으니 박학다식을 자랑하는 
교수로선 이런 원더풀한 날이 없다. 같이 심사할 사람은 현지 무명 여자 수필가. 
연극에 문외한이 틀림없어 보이니 모든 심사는 자기가 결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심사가 시작되자 맹교수는 특유의 독설과 거만으로 현학적 연극이론을 앞세워 
주변사람들의 기를 죽이며 과시욕을 채우기에 바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배우와의 부적절한 관계 및 그 지역 주먹패 보스와의
해괴한 만남을 통해 일대 소동과 혼란이 이어지는데......
과연 교수가 생각했던 원더풀한 시간은 찾아올 것인가?



<맹 교수의 원더풀 데이>는 현대 지성의 표상으로 지명도가 높은 맹 교수를 통해 
겉과 속이 다른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 속에 숨겨둔 욕망의 
부끄러운 민낯을 정면으로 들여다봄으로 진실과 참된 것의 의미와 의의를 
되새겨보는 작품이다. 높은 직함과 그럴 듯한 허명으로 위장된  내면에 인간의 
비루한 일상과 위태로운 초상이 도사린 채 그것이 본질적인 인간 욕망과 
어우러져 요즘 현대인의 경향이 되다시피 한 이중적이거나 위선적 태도에 
큰 깨침과 경종을 준다. 일상의 개인적 메시지를 사회적 메시지로 확충하여 
영분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가의 글 - 김태수
이 작품은 지성인이자 지식인을 자처하는 한 대학교수를 통해 그의 내면에 잠재된 허위와 위선의 속 알덩이를 낱낱이 드러내고 벗겨내는 한 편의 웃픈(?)블랙코미디입니다. 물론 맹석찬 교수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웠지만 그 모습은 제가 살아오면서 많이 봐오고 느껴온 여러 인물들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참담한 고백서일 수도 있습니다. 일견 비범해 보이나 속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비루하고 비겁하고 비열해지는 사람들을 우린 살아가면서 자주 만납니다. 언제나 정의롭고, 맡은 바 도리를 다하며, 누가 봐도 당당한 삶을 살기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인지라 이 작품 속 맹교수는 이야기를 쓴 제 자신일 수도 있고 관객 여러분 스스로일 수도 있는 낯익고 평범한 인물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작품 속에 들어가면 어떤 괴력을 발휘하여 혼란한 갈등을 일으키고 극적 긴장감을 주게 되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명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 연극은 무천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심사위원으로 위촉심사를 하는 과정 중 벌어지는 맹교수의 파란만장한 소동기입니다.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사실을 작가적 상상으로 그려놓았기 때문에 실제의 연극제 현실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우선 밝혀둡니다 연극에서 소재를 찾았을 뿐,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핵심은 행동이 따르지 못하고 말로만 정의를 부르짖는 한 지식인의 위선과 몰락이며 그 비루함 속에서 자신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블랙코미디인 만큼 의미를 찾아가며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극 속에 사회나 인간에 대한 풍자가 수북합니다. 그동안 많은 관객 여러분들이 김태수표 연극에 견고한 신용을 가져주시고 호응해주셨듯이 여러분들의 그 믿음에 금가지 않는 연극으로 탄생되길 희망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