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동갑내기 부부가 같이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다.
복장이 남편은 야외복이고 여자는 상복차림이다
남편은 책을 읽는데, 여자는 뭔가 불안한 듯 찾는다.
결국 말다툼까지 하고…
그들은 서로의 친구였던 도형의 15주년 기일에 맞춰 성묘가던 중이었고
아내의 옛애인이었고 5년전에 결혼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부의 기억엔 친구인 도형이 다르게 기억되는 것 같다.
결국 책문제로 싸우다가 남편은 기차에서 내라고, 아내는 시를 외우면서 끝난다.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는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 해설>
사랑을 잃은 화자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이 잃은 것을 확인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자신의 사랑에 이별을 고하는 마지막 의식일 것이다. 화자는 사랑했던 순간과 관련된 대상들을 하나하나 불러 가며 사랑했던 당시의 추억을 떠올린다. ‘잘 있거라’를 반복하면서 그것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지만, ‘잘 있거라’ 라는 표현 속에는 사랑의 추억들이 온전하기를 바라는 화자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을 상실한 화자는 세상의 빛을 잃은 장님이 된 듯하다. 그는 사랑의 대상들을 빈집에 넣어 두고서 마지막 문을 잠근다. ‘빈집’은 사랑의 추억과 열망을 상실한 화자의 공허한 내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빈집’에 갇힌 것은 지나간 사랑의 추억과 열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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