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남자]의 무대는 남해 연안 양식장이다. 무더운 여름, 바닷물의 급속한 온도 상승으로 적조(赤潮)현상이 일어나 양식장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김진만과 이영복은 동업자로서 물고기양식에 관한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는 저절로 자란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양식장에 공동투자했다가 완전히 망하게 된다. 브로커는 적조현상으로 망한 양식장을 샀다가 적조가 끝난 다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 비싸게 되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는 상습적인 사기꾼이다. 김진만과 이영복이 공동투자했다가 망한 양식장은 브로커가 이미 일곱 번이나 반복해서 매매했던 기록이 있다. 브로커는 여덟 번째 새로운 기록에 도전 한다면서, 원금의 십분지 일 가격으로 양식장을 자기에게 되팔라고 제안한다. 양식장이 망하자 김진만과 이영복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김진만은 그 망한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이영복은 자신의 내부에 서 찾는다. 김진만은 브로커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한다. 만약 자기들이 친척이나 동창처럼 잘 아는 처지였다면 브로커가 자기들을 속였을리 없다는 것이다.
혈연, 학연, 지연 등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면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무례한 사회, 그곳이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브로커가 다녀간 날, 관광선이 암초에 부딪쳐 침몰한다. 그 배에는 적조현상을 구경하러왔던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었다. 배가 침몰하자 유가족들이 몰려온다. 시체가 있으면 보상금이라든가 보험금이 조속히 지급되지만, 시체가 없으면 사망 사실이 획정될때까지 몇년간이나 보류된다. 유가족들은 시체 찾기에 혈안이다. 김진만은 브로커가 묵고있는 읍내에서 자기 남편의 시체를 찾아주면 거액의 사례비를 주겠다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는 사례비 받을 욕심에 바다에 나갔다가 살아있는 한 남자를 구해온다. 그러나, 사망자에게만 보상금과 보험금이 지급되고 사망하지 않으면 지급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김진만과 이영복은 그 살아있는 남자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생각과 행동을 보여준다. 김진만은 [물고기 남자]라고 별명붙인 그 모르는 남자가 차라리 죽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영복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잔인한 행동이 자기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고 반대한다. 그 살아있는 남자는 무례한 사회에 대한 저항처럼, 양식장의 수조(水槽)에 바닷물을 가득 채우고 스스로 들어가 죽는다. 김진만은 남자의 시체를 아내인 여자에게 전하고, 거액의 사례 비를 받는다. 그리고 아무 미련없이 양식장을 떠난다. 양식장 에 홀로 남은 이영복에게 브로커가 찾아온다. 자기의 제안대로 양식장 매매 계약서를 쓰자고 한다. 이영복은 거절하며 이렇게 절규한다. 자기가 겪은 고통과 손해를 다른 모르는 사람이 반복해서 겪게해서는 안된다고. 물고기들이 집단폐사한 바닷가의 양식장에 그의 절규가 메아리 친다.
" 나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서 내 행동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세상이 평화롭고 넉넉하고 희망적인 때는 내 행동은 가족에게 다정하며 이웃에게 너그러우며,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하다. 그러나 갈등과 분쟁으로 세상이 시끄럽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길 때는 내 행동은 달라진다. 우선 세상 살기 어려워진 첫 단계,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다. 더욱 어려워진 두번째 단계, 나는 아는 사람에게 더 이상 너그럽지 않다. 가장 어려운 단계. 나는 내 가족에게도 다정하지 않다. 지금은 어떤가. 굉장히 살기 힘든 모양이다. 나의 관심은 겨우 내 가족에게만 머물러 있다. 아는 사람을 봐도 못 본 척 하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몰라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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