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아 로어 '문신'
자상한 아버지를 가장하며 큰 딸 아니타를 유린하는 ‘늑대’.
아버지와 그런 언니를 질투하는 여동생 룰루. 그리고 ‘개엄마’라고 불리는 엄마.
가족을 먹여 살리며 돌보기 위해 성실하게 일한다는 아빠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에게 집착하며 딸들을 억압한다.
남자(아버지)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교육’해서 딸들을 ‘여성답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는 아니타를 오랜 시간 성적으로 착취한다.
어느 날, 아니타는 우연히 만난 파울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임신을 하게 된 아니타는 파울과 함께 집을 나가고 개엄마까지 집을 떠난다.
행복한 시간이 흘러 아니타는 아이를 출산하지만 아이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절망한 파울과 아니타를 찾아온다.
파울은 자신의 아빠에게 폭력을 당하는 아니타를 도와주려 한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아니타의 동생 룰루도 아빠에게 처녀성을 빼앗겼으며
그녀의 엄마는 이 모든 사실을 묵인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파울은 아니타에게 총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문신 Taetowierung>은 현실과는 한 걸음 떨어진 '잔혹동화'처럼 보이지만, 산산조각 부서진 거울조각이 반영하듯이 사랑하는 가족이란 소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되비춘다. 1992년에 쓰인 로어의 초기연극 가운데 하나인 <문신>은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딸이 아버지를 살해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희곡이다. 또한 이 작품은 2008년에 드러난 오스트리아 최악의 요젭 프리츨 사건을 선취하고 있다. 프리츨은 당시 11살인 친딸 엘리자베스를 성폭행한 이후, 24년 동안 특수장치가 설치된 자신의 지하실에 감금한 채 성폭행해서 7명의 자녀까지 낳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7명 중 한 명을 방치해 살해한 혐의까지 받았고, 정신 치료와 함께 종신형 판결을 받았다. 여기서 작가 로어는 가족 간의 유대라는 겉모습 뒤에 자리하고 있는 폭력의 본질에 대해 묻고 있다. 이 작품은 편안하게 관극할 수 있는 연극이 아니다. 로어의 끊임없이 질문하는 정신. 그녀의 도전적인 희곡은 연극 규범을 따르는 관객의 기대를 무시하며 극장에 대한 안이한 접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생생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점점 파편화되어가는 도시 사회의 각성과 소외를 표현하며 로어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절찬을 받은 독특한 그녀의 연극들은 널리 전 유럽과 남미,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공연되었다.
<문신>의 초점은 가족 내의 폭력적인 아동 성폭행과 근친상간이다. 로어는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이라는 외형 뒤에 폭력에 대한 변태적 성향이 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로어 작품의 등장인물은 '지배'에 대한 사고와 행동에 고착되어 있으며 권력에 대한 의존의식과 계급투쟁에 연루되어 있다. 그들은 옛 질서나 권력을 너무나 많이 내재화해서 그것은 뛰쳐나올 수 없는 고치와 같다. 로어의 인물들은 더 이상 압제자의 '지배'에 의해 노예화될 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너무나 철저하게 하나가 되어 서로를 노예로 만들고 통제한다. 여기의 인물들(특히 어머니)은 자발적으로 규율에 복종하며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길들여진 말은 마구간 문이 열려있어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자발적 복종'의 개념이 여기서 실현되는 것이다. <문신>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병리적인 가정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랑하고 신뢰한다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하는 정신과 육체의 속박과 유폐에 관한 이야기이다. 금기는 그것을 깰 때에야 비로소 더 이상 금기가 아니며, 성폭행의 수많은 희생자들은 죄책감과 피해의식만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 이 연극은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영혼들에게 무서운 영향을 끼치고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근친상간이라는 충격적인, 숨겨진 부분을 노출함으로써 금기를 깨트린다.
한국에서도 근래 다양한 아동학대와 성폭행 사례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아동 성폭행 사례는 점점 더 발생빈도 수가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연극 <문신>처럼 어린 시절 친부에게 성폭행 당한 여인이 성장한 후 남자친구와 함께 친부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고,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친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거부하거나 반항하면 폭력을 휘두른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친족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피해현장'에서 함께 살 수밖에 없는 피해 미성년 아이들은 가해자와 함께 생활을 이어가며 재범이 우려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하더라도 다른 가족들이 오히려 폭언을 퍼부어 결국 '아버지를 용서해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까지 한다. 그러면 법원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가족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술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 등의 감경사유를 들어 단기 선고하는 문제성이 많은 판결을 내려왔다.
작가 데아 로어(Dea Loher)
1964년 바이에른의 트라운슈타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뮌헨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석사로 졸업한 후, 1988년 브라질에 1년간 머물렀다. 이후, 로어는 1990년부터 베를린예술대학에서 하이너 뮐러와 야크 카르준케가 지도하는 '장면 서술 (Szenisches Schreiben) 과정에 참가한다. 개별 지도교수였던 급진적인 극작가 겸 시인 뮐러의 격려를 받고 그녀는 첫 희곡 〈올가의 방〉을 완성하게 된다.<올가의 방〉은 1991 년에 이미 함부르크의 에른스트 도이치 극장에서 초연. 현재 그녀는 베를린에 살면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독일 극작가에게 부여하는 최고의 상인 베르틀트 브레히트 상(2006), 윌하임 연극상 (1998, 2008)을 포함하여 수많은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