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빌 슈트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호주 멜버른의 해군 본부로 미국 시애틀에서 발신된 무선 신호가 도착한다.
세상은 방사능의 확산으로 북반구에서부터 남반구로 죽음의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으며, 남은 인류는 종말을 앞둔 상태다.
미국인 드와이트 함장은 이 신호가 생존자들의 신호일 가능성을 믿고,
호주 해군들을 설득해 잠수함 스콜피온을 타고 탐사에 나선다.
호주 해군 피터는 아내 메리와 딸 제니퍼를 두고 항해를 떠나는 것을 걱정하지만,
메리는 언제나 희망을 품으며 정원을 가꾼다.
메리의 동생 모이라는 드와이트 함장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지만,
드와이트는 미국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한다.
과학 장교인 존은 술에 빠진 삼촌 더글라스와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걱정하면서도 탐사를 결심한다.
시애틀에 도착한 스콜피온은 무선신호의 출처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바람에 흔들리는
콜라캔이 무선 장비를 오작동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희망은 무너진다.
고향이 시애틀인 스웨인은 죽은 가족의 흔적을 보며 그곳에 남기로 하고, 복귀하지 않는다.
결국 낙담한 스콜피온의 승무원들은 호주로 돌아온다.
생존의 희망이 사라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한다.
존은 꿈이었던 페라리를 타고 그랑프리에 참가하고, 더글라스는 술로 마지막을 기다린다.
메리와 피터는 딸 제니퍼와 함께 가족의 모습을 간직한 채 자살 약을 선택한다.
드와이트는 잠수함과 함께 바다로 가라앉는 길을 택하며,
모이라는 그런 드와이트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기로 한다.
연극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는 원작 소설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박주영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과 상징을 더해 400여 쪽에 달하는 소설을 2시간 분량의 희곡으로 압축하였다. 이를 통해 더욱 몰입감 있고 함축적인 이야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 2022년 극단 배다에 의해 제작되어 영등포아트홀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2023년에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에서 장한새 연출이 젊은 연극상 후보에 올랐다. 2025년에는 서울연극창작센터 씨어터 202에서 시범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 작품은 인류 최후의 모습을 그리며, 종말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도시의 붕괴나 범죄가 아닌, 각자가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인간으로서의 삶의 본질,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특히, T.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의 마지막 구절로 마무리되는 장면은 오랜 여운을 주며, 원작과는 또 다른 깊이와 색채를 더한다.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는 네빌 슈트(Nevil Shute) 작가의 소설 <해변에서(On the Beach)>를 원작으로, 박주영 작가가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네빌 슈트가 호주로 이주한 후 집필하였으며, 1957년에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T.S. 엘리엇의 <텅 빈 사람 들(The Hollow Men, 1925)>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되었다. '해변에서 (On the Beach)'는 퇴직을 나타내는 영국의 해군용어이자, <텅 빈 사람들> 시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여러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1959년, 그레고리 펙, 에바 가드너, 프레드 아스테어가 주연한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되어, 국내에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1960년 제17회 골든 글로브 음악상과 제13회 영국 아카데미 UN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여 배경을 2006년 미래로 각색한 <온 더 비치>가 개봉되었다. 아르망 아산테, 브라이언 브라운, 레이첼 워드가 주연을 맡았으며, 골든 글로브 최우수 미니시리즈 부문과 TV 영화부문 후보로 올랐다. 특히, 모이라 데이비슨 역을 맡은 레이첼 워드는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11월, 영국의 BBC 라디오 4에서는 <클래식 시리얼: 해변에서> 라는 제목으로 2시간 분량의 오디오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2023년에는 호주의 시드니 씨어터 컴퍼니에서 킵 윌리엄스 연출, 토미 머피가 각색으 로 이 작품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렸다.
엘리엇의 시에서 시작된 절망의 아름다움- 박주영 갹색
작품의 제목은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T. 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The Hollow Men)>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 쾅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원작자 네빌 슈트는 이 시에 감명을 받아 <On the Beach>를 집필했다고 전해진다. 희곡에서는 이 문학적 배경이 하나의 주제 의식으로 이어지며, 원작 소설과 시, 그리고 현대 극작의 만남이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희곡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나는 제목을 고민했고, 연출(장한새)의 제안으로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전체를 제목으로 삼았다. 더 좋은 제목은 없었을 것이다. 소설을 받아든 2022년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경험한 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버겁던 그 상실을 희곡 속 인물들의 마지막을 그리며 견뎌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이 희곡은 그 고민에 대한 나의 답이다. 어쩌면 이 희곡은 인간에 대해 내가 내린 정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