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라울 콜렉티브 '산책자의 신호'

clint 2025. 4. 24. 09:26

 

 

허언증(mythomania) 환자가 있는데 의과대학을 중퇴한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돈 많은 가짜의사 행세를 하고, 
18년간 거짓말의 늪에 빠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속이며 
부유한 삶을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에게 거짓으로 쌓아올린 명성과 네트워크를 빌미로 
빚을 얻어, 본인이 꾸며놓은 세상 속에 살아가던 주인공은 결국 
모든 상황이 발각되어 연쇄도산 상황에 이르자 아이들과 아내, 
부모를 차례로 살해하고 도주하여 가짜 자살극을 꾸미게 된다.

 



​'길을 잃었으니 우리는 모두 형제다." 
라울 콜렉티브의 <산책자의 신호>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세계 속에 살아가는 불안한 존재로서의 인간들이 가야 할 길과 그 길의 좌표를 함께 찾아가는 연극이다. 플라톤의 동굴 원주민의 후예일지도 모르는 5명의 목수는 빛을 찾기 위해 무대 위 숲속 빈터에 모인다. 무대 위에서 결성된 이 공동체는 18년간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허언증 환자에 대한 심리를 벌임으로써 그들이 피해 도망쳐온 사회의 실패를 여지없이 폭로한다. 이 공연은 단편적인 요소들과 다소 산발적인 인용, 구체적인 상황 연출, 실제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설정된 등장인물들로 구성되며, 법정드라마, 뮤지션 연극, 서스펜스 스릴러, 소극(farce) 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배우들은 연극과 이 세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능청스러운 퍼포먼스로 뚝딱 만들어 보여준다. 

 



허언증환자를 다루는 이 심리에서 다루어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그는 누구인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림으로써 끝나는가?" "왜 그런 인간 캐릭터가 형성되었는가?" 이 작품에서는 이런 괴물을 만들어낸 범인으로 단순히 한 개인을 지목하지 않는다. 평결을 내리는 다수의 폭력적인 도덕적 우위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주변인들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질타한다. 바로 당신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방기한, 방치한 잘못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대 위 산책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하여 유토피아적이고 생기발랄한 계획을 세운다. 다섯 배우들의 칵테일 같은 폭발적 조합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향해 수천 개의 질문을 던진다. 라울 콜렉티브는 작은 등불로 신호를 보내는 산책자들의 행위를 통하여 우리 신자유주의 사회의 독소에 대항한다. 
공연에서는 치명적 거짓, 달콤한 광기, 그리고 극단적 탐험 사이의 다섯 개의 개별적 모험이 일어난다. 배우들은 가능성, 환경, 지속성, 중력, 무게를 가벼이 여기며 관객들을 시공간을 벗어난 상황으로 데리고 간다. 그들은 두렵고 신기한 재주를 부리고, 기이한 베토벤 아카펠라를 흥얼거리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 공연은 단순히 주인공인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회제도와의 단절과 제도를 멀리한 개인의 대가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각 계층의 다각적인 입장과 생각으로 풀어낸다.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단편적인 요소들과 다소 산발적인 인용, 구체적인 상황 연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설정된 등장인물들로 구성되며, 법정드라마, 뮤지션 연극, 서스펜스 스릴러, 소극(farce) 등의 요소를 섞어 보여준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배우들은 연극과 이 세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능청스러운 퍼포먼스로 재밌게 보여준다. 이 5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얘기도 하고 이야기의 해설도 하며 극중 역할을 맡아 극중극을 보여주기도 한다. 브뤼셀국립극장이 발굴하여 공동제작으로 2012년 아비뇽페스티벌에 소개했고, 이듬해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극장에서 초청되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