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버나드쇼 '세인트 죤'
보꿀레르에서는 닭들이 알을 낳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그 원인이 죤 때문이란 얘기를 들은 보꿀레르 성주 로벨르는 죤을 마주한다.
로벨르를 만난 죤은 샤를르 왕세자를 알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한다.
죤은 프랑스에서 영국군을 몰아내고 랭 대사원에서 왕세자 대관식을 거행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던 로벨르는 소녀의 신비함에 이끌려
샤를르 왕세자에게 전하는 편지를 쓰고 죤을 호위하도록 기사를 보내준다.
죤 일행이 떠난 후 닭들이 미친 듯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죤의 이야기를 들은 왕세자는 접견을 허락하면서도 처음에는 그녀를 의심해
다른 사람에게 왕세자 역할을 맡기고, 자신은 낡은 옷을 입고 신하들 속에 숨는다.
왕세자를 알현하기 위해 접견실에 들어선 죤은 가짜 왕세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샤를로 왕세자 앞에 가서 무릎을 꿇는다. 죤은 프랑스에서 영국군을 축출하고
샤를르 왕세자가 왕에 오르도록 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얘기한다.
처음엔 죤의 말을 믿지 않던 샤를르는 솔깃해져서 죤에게 군 지휘권을 위임한다.
죤은 영국군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오를레앙으로 출발한다.
오를레앙에서 영국군을 기습할 기회를 엿보는 프랑스군 사령관 뒤누아는
서풍이 불지 않아 애먹고 있다. 이때 죤이 당도하자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면서,
사기가 오른 프랑스군은 쏜살같이 배를 몰아 적진을 향해 진격한다.
죤의 등장으로 연패를 거듭하는 영국의 워릭 백작과 신부는 죤을 마녀로 매도한다.
그들은 보베의 주교인 꼬숑을 만나 마녀로 의심되는 죤을 화형에 처하도록 설득한다.
귀족계급인 워릭은 죤의 영향으로 봉건제가 붕괴되고 왕권이 강화될 것을 염려하고,
꼬숑은 백성들 사이에 종교 중심의 사회가 붕괴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죤의 처리 문제로 논의를 한다.
샤를르가 왕으로 즉위하고, 죤은 이 기세를 몰아 파리를 탈환하고 프랑스에서
영국군을 완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샤를르를 비롯한 귀족계급들은
더 이상의 전쟁을 반대한다. 죤은 영국군에게 잡혀 종교재판에 회부된다.
7번 째 종교재판정에서 재판장과 꼬숑 등의 사람들은 죤이 이교도였음을 실토해
목숨을 구하기를 바라고, 영국쪽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로 몰아서 화형에 처하기를
바라면서 격론이 벌어진다.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 홀렸다고
실토하면 목숨만은 구할 수 있었던 죤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거짓말할 수는
없다며 화형대에 오른다. 화염에 휩싸여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하나님을 외치는
19세 어린 죤의 숭고한 모습에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다.
1456년, 조운이 화형을 당한 25년 후...
51세가 된 샤를르 7세는 꿈속에서 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만난다.
누군가는 죽은 이후 영혼의 모습으로, 누군가는 잠을 자는 중에 영혼만이
빠져나온 상태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1920년(당시 현재) 사제의 꿈속에 나타나서,
1920년에 가톨릭교회에서 죤이 성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한다.
1923년에 발표된 버나드쇼의 이 작품은 프랑스의 실존인물인 잔 다르크에 대한 이야기다.
버나드 쇼의 <세인트 죤>은 1337년부터 1453년까지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있었던
왕위계승권분쟁으로 시작한 백년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116년 동안 지속된 전쟁으로 인해 주요 전쟁터였던 프랑스지역은 초토화된 상태였다.
잔 다르크 일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이야기는 6개의 장면과 에필로그로 이루어진다.
연출자의 말- 이진순
"이 작품에 담겨진 버나드쇼의 지식, 사회관, 종교관, 철학 등은 난해해 관측하는데 어려움이 한두 가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연출하는데 있어서 쇼의 의도를 충실히 받드는 동시에 이해가 가도록 연출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더욱 죤의 비극성, 즉 "진실(하느님)은 한분이시고 외롭다. 나(죤)도 혼자다. 그러니 외롭다"를 강조하련다. 그리고 무대장치는 암시적으로 설정하고 배치도구도 극히 필요한 외엔 생략해버렸다. 이렇게 무대를 정리해놓고 보니 배우는 연기자인 동시에 장치의 역할도 하고, 소품의 역할까지도 겸할수 있는가장 폭이 넓은 연기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오화섭 공연평 (동아일보 1963.03.07.6면.)
국립극단의 <세인트 죤>이 흥미있는 것은 쇼의 독특한 해학이 에필로그에 번개처럼 나타났다는 점이다. '기념상을 너무 세우면 교통방해가 된다'는 신사의 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풍자가 객석에 전달되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연출 이진순은 약식 무대를 적절히 활용하여 주로 내용의 전달을 성실하게 수행하였으나, 계단무대에서의 행동선이 다소 생경한 대목이 있다. 연기진은 이진수, 김순철, 김인태 등 신진의 등장과 더불어 시종 호연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사견으로는 세인트죤을 '잔다르크'라는 가제로 했으면 좀 더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죤역의 나옥주양은 나날이 발전하는 우수한 연기와 대사로 이 연극을 훌륭히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