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앤틀린 퍼어스 '버지니아 그레이의 초상'
기자 딕 존슨은 버지니아 그레이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한다.
롤란드 화백의 버지니아 그레이에 관한 저서와 초상화를 보고
마음속으로 그녀를 동경하게 된다.
그런 어느 날 딕 존슨은 그녀가 살던 古家를 몰래 방문하고
그곳에서 버지니아 그레이의 유령이라고 주장하는 세 명의 여자와 또 한 명을 만난다.
네 번째 여자는 전혀 다른 성품과 볼품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세 명의 여자는 네 번째 여자를 살해한다.
그로 인해, 바로 그 네 번째 여자가 진짜 버지니아 그레이임이 밝혀지고
마음 속에 동경하던 여자와 너무 다른 버지니아 그레이의 모습을
딕 존슨은 인정하지 못한다.
새로운 유령이 등장하면 앞에 나왔던 유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자신이 진짜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유령이 등장하면 앞에 나왔던 유령들은 자신들 만의 연대감을 형성해 새로운 유령을 부정한다. 그리고 세 명의 유령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고자 했던 마지막 유령을 살해하고 만다. 연극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한 개인의 여러 가지 심성을 표현한다. 진실을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면만을 보이려는 한 개인. 연극 마지막 무렵에 “사람들은 진실을 미워한답니다. 진실이란 극적인 맛이 없고 무미건조한 탓이죠. 그렇지만 진실은 영원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대사가 있다. 이 연극은 진실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꼬집고, 한 인간의 내면적 혼란에 대해 표현한다. 여자 인물들의 성격은 각기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 딕 존슨은 개성적 인물이라기보다 말하자면 관객 일반 곧 보통 사람을 대표한다.
딕 존슨이 찾는 진실, 버지니아 그레이의 진실은 그녀의 파편화된 진실을 보여준다기보다 딕 존슨의 분열된 자아를 보여줌과 동시에 현대인의 고립되고 소외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진실은 진실의 조각만을 말한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결국 진실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위해서 우리가 진실의 다양한 얼굴과 마주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