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봉천동 카우보이'
"모험과 음모와, 사랑이 존재하는 환상의 나라!"
총기 소지가 가능한 대한민국 서울.
도시의 아이들은 날마다 총을 갈고 닦는다.
중학교 3학년, 평범하게 진학을 고민하는 공찬은 누명을 쓰고
파출소로 끌려가는데...
사건의 주범인 대장이 건넨 솔깃한 제안은
따분한 생활에 종지부를 찍자는 일종의 선언이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하나,
모두 다같이, 농고에 가자! 미지의 땅을 개척하기 위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우리들의 서부극.
봉천동 카우보이!!! 마치 서부극을 연상하게 만드는... 제목이 매력적이다.
작가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죠?" 작가는 그냥 수줍게 웃었다.
"그럼 총은 왜 닦고 있고 왜 봉천동에 살면서 왜 시골에 가려고 하나요?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야기로, 도무지 왜 총을 닦아야 하는지
모르지만 총만 잘 닦으면 대학에 가고 좋은데 취직할 수 있는 세상의 이야기다.
이에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켜 모두 총을 버리고, 총이 없다고 도시괴담처럼
전해지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시골'에 가기 위해 농고에 진학하려고 한다.
미래의 이야기지만 폭력과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독특한 설정으로 그들과 비슷한 일상을 그려보는 듯하다.
작가의 말 - 김희진
작은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건드리는 것들이 있다.
대개는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구조로 되돌아간다.
사회로부터 소외받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뒷면을,
미성년의 존재들은 간단히 뱉어 버린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이상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누군가 간절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말,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좌절했던 기억들을 극중 인물의 말을 빌려
대신한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와 상황 속에서 진부한 물음이 오간다.
뭔가가 달라지는 날이 우리 인생에도 올 수 있을까, 하고
아이들은 석양 아래서 자문한다.
틀을 깨부수는 것은 무지하고, 편협한 인간의 몫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구조에서 벗어난 존재의 삶은 비로소 '주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