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서 있는 탓에 '폭풍의 언덕'이라 불리는
요크셔 농장의 주인 언쇼는, 리버플에서 한 명의 고아를 데리고 돌아온다.
그는 그 아이에게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자신의 아들인 힌들리,
딸 캐서린(케시)과 함께 키운다. 힌들리는 처음부터 히스클리프를 적대시했으며
사사건건 그를 학대한다. 그러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일종의 원초적인 끈에
의해 서로 굳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버지 언쇼가 죽자 힌들리의 학대는
더욱 심해지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을 연결하는 끈도 더욱 강해진다.
힌들리는 결혼해 아들 헤어튼을 낳게 되는데, 그의 학대는 처자에게까지 미친다.
우연한 기회에 유복한 지주 린턴 가(家)에 초대 받아가게 된 캐서린,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오빠 힌들리가 지배하는 지옥과 같은 생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 그 집의 아들 에드거의 구혼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결혼소식을 듣게 된 히스클리프는 아무 말없이 종적을 감춰 버린다.
캐서린은 필사적으로 그를 수소문하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6∼7년 뒤, 폭풍의 언덕에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유복한 신사로 변모했으나,
캐서린에 대한 사랑과 힌들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의 내부에서는 강렬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다. 그의 복수심은 힌들리에게
학대받았다는 것과 캐서린이 에드거 린튼과 결혼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는 힌들리를 자포자기 상태로 내몰고 도박에 손을 대게해 전 재산을 빼앗은 뒤,
그의 아들을 하인으로 부리며 자신의 당한 것처럼 학대한다. 게다가 증오심에서
에드거의 누이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하여 결혼한다. 그리고 캐서린에게까지
접근하여 에드거를 괴롭힌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로 인해 번민하며, 딸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 앞에서도 캐서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는다.
더 이상 남편의 학대를 견딜 수 없어 이사벨라는 집을 나가 린턴을 낳고,
아들이 12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난다. 또한 힌들리도 알콜 중독과 실의에 빠져
죽고 만다. 히스클리프는 린턴 가의 재선을 손에 넣기 위해 린턴과 캐서린의 딸을
강제로 결혼시킨다. 또한 에드가마저 세상을 떠나자, 복수의 불길을 다 태워 버린
히스클리프도 캐서린의 환영(幻影)을 쫓으며 죽어간다.
이렇게 해서 3대에 걸친 폭풍의 언덕에서 벌여진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폭풍의 언덕>(영어: Wuthering Heights)은 영국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필명 엘리스 벨(Ellis Bell)로 출간한 유일한 소설이자 유작 소설이다.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 신부가 성공회 사제였던 가정환경상 에밀리는 어린시절을 사제관이 있던 영국 요크셔의 황량한 벌판에서 보내면서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길렀으며, 어른이 된 후 요크셔 벌판의 폐가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썼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와의 불멸의 사랑을 우울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게 장점이다. 출간당시에는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20세기에 토머스 모옴 등에 의해 재평가되었다. "폭풍의 언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도 비교될 만큼 깊은 비극성과 탁월한 시적 표현으로 세계문학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더불어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로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폭풍의 언덕> 원작소설의 무대화는 세계각국에서 여러번 시도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 각색하고 또 어떻게 무대에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본능적이고도 원초적인 '동물적 차원의 사랑, 집착과 욕망'으로 얼룩진 '인간적' 차원의 사랑, 그리고 자기 파열 (죽음)을 통해 완성하는 '영적 차원의 사랑'. 이것은 이 작품 전체를 관류하는 핵심 테마로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육체와 정신을 통해 체현되는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맨얼굴이기도 하다. <폭풍의 언덕>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러한 사랑의 맨 얼굴을 불쑥 드러내고, 관객들을 이와 충격적으로 조우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 세계의 경계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사랑의 본질적 가치를 '재발견' 하도록 해준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연극은 통속적 혹은 감상적 멜로드라마의 범주 에서 벗어나, 깊은 인식론적 깨달음을 수반하는 숭고한 비극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연극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이 교차, 병치, 중첩되는 극적 구조이다. 이것은 히스클리프의 내면세계에 극적 서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원작과 결정적으로 변별되는 지점을 마련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죽은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을 잃어버린 상실감, 그녀를 향한 지울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한 때문에, 밤이면 '워더링 하이츠'로 찾아드는 캐서린의 유령과 안타까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낮이면 저도 모르게 과거를 불러들이게 된다. 이로써 현재의 무대는 순식간에 비현실이나 과거의 시공간으로 전환되는데, 극이 전개될수록. 이러한 시공간의 전환이 빈번해지면서, 이질적인 두 세계가 병치되고 더 나아가 중첩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이와 같은 극적 구조는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당혹감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를 교차, 병치, 중첩시키는 장면 구성을 통해, 히스클리프 의식의 심층에 자리하는 정신적 상처와 씻을 수 없는 회한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아프게 체험시켜주기 위함이다. 즉 유령은 현상적으로는 부재하나 히스클리프의 정신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캐서린의 존재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기능을 하며, 현재의 시공간에 틈입하는 과거의 사건들은 언쇼 가문과 린튼 가문을 파멸로 이끈 치명적인 사랑의 역사를 아프게 체험시켜준다.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
1818년 영국 요크셔 주의 손턴에서 영국국교회 목사의 넷째 딸로 태어나, 3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시절 대부분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보냈다. 샬럿과 에밀리, 앤 세 자매는 1846년 필명을 써서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함께 펴냈다.
이 시집에는 에밀리의 시 21편이 실렸으며, 후대의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에밀리에게서 진정한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1847년에는 샬럿의 『제인에어』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차례대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