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원작 오세혁 극본 '이선동 클린센터'
보통 청년 이선동은 죽은 사람을 본다. 각자의 사연 때문에 저세상을 가지
못하는 영혼들이 끊임없이 부탁하고 호소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백수. 방구석에 틀어박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만 잔다.
그러던 어느 날, 알던 할머니와의 인연을 계기로 낭만 청년 김정규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유품정리 전문 회사 <이선동 클린센터>를 창업하게 되고,
자칭 민간조사원 강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위험 살벌한 사건에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들은 죽은 이들의 유품을 잘 정리해서 저세상으로 편히 보내줄 수 있을까?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사'와 '유품정리사'를 소재로 시대적 공감을 깊이 있게 다룬다. 귀신 보는 유품정리사 이선동은 죽은 자의 말을 들어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며, 유품을 정리해주는 조금 특별하지만 따뜻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이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실제 오늘날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무연고 노인,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건넬 사람 없는 고독 속에서 오직 ‘먹방’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bj, 사채업자에게 진 빚이 터무니없이 불어나 절망에 빠진 사람 등이다. 극은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변화하는 이선동과 정규, 보라를 통해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작은 노력이 큰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유머와 감동을 적절히 오가며 펼쳐지는 장면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과 경쾌한 음악이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감동과 휴머니즘, 그리고 뭉클한 가족애. 삶이 무겁고 버거운 이들에게 '유품정리사' 이선동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또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 나아가서 고독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 나아가서 고독한 죽음을 위로 하며 자신의 고독함을 치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기 웹툰 '장미아파트 공경비'의 스토리도 썼던 권정희 작가는 범죄 스릴러를 쓰기 위해 범죄 심리학을 전공하고, 탐정물을 쓰고 싶어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따는 등 현장 중심의 심도 있는 공부와 취재를 통해 작품을 집필해왔다.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에도 그런 경험을 녹여낸 권 작가는 이 소설로 2016년 한국콘텐츠 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현재 이 작품의 웹툰 및 드라마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지금 이 소재로 소설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쓸 것 같았다”며 웃음 지은 권 작가는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에 대해 “공연을 보며 많이 울었다. 원작보다 더 훌륭하게 만든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도 너무 좋다. 내 작품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도록 작업해줘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설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원작에 담긴 약 13가지의 에피소드 중 2가지가 무대로 옮겨졌고, 먹방 bj 등의 새로운 설정도 들어갔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오세혁은 “원작을 보면서 주인공들의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아무 말 없이 와서 궂은 일 해주는 친구들이 우리 주위에 있지 않나. 그런 친구들이 이 소설에 많았다”며 “공연을 통해서 주인공들의 그런 태도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 또 관객 분들이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