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아르투어 슈니츨러 원작 데이비드 헤어 재구성 '블루룸'

clint 2024. 2. 23. 10:30

 

 

각 에피소트가 2인극으로, 10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Episode1. 거리소녀 이렌느와 택시드라이버 
Episode2. 택시드라이버와 가정부 마리 
Episode3. 가정부 마리와 학생 안톤 
Episode4. 학생 안톤과 유부녀 엠마 
Episode5. 유부녀 엠마와 정치가 남편 찰스 
Episode 6. 정치가 남편 찰스와 모델 켈리 
Episode 7. 모델 켈리와 극작가 로버트
Episode8. 극작가 로버트와 여배우
Episode9. 여배우와 귀족 남자 말콤
Episode10. 귀족 남자 말콤과 거리 소녀 이렌느
"육체적 사랑이 충족되는 순간 관계는 소멸된다"라는 포스터 글귀처럼, 

아무런 부가 설명없이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는 

사라지고 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간다.

 

 

초연 당시 니콜 키드먼 출연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1998년)



각자 1인 5역을 맡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의 캐릭터별 뚜렷한 구분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연극 자체는 현대의 무미건조한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관계'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관계의 지속시간은 장면전환이 이루어 질때마다

 '시간'으로 표기되어 나타난다.
이는 육체적 관계의 지속시간임과 동시에 로맨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사랑? 감정?의 시간이다. 

이 작품은 '나'자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현대사회의 문제이다. 

언제부터 '성'의 영역이 도덕적이지 못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그저 그런 것이 되어버린 것일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결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다.

그래서 작품제목도 <블루룸>인 것 같다.

이런 세태에 대한 우울함. 반성, 자조. 또한...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원작과 마찮가지로 처음과 끝이 같다. 



원작은 오스트리아 극작가 아서 슈니츨러의 1897년작 '라롱드'(한국 공연명 '윤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영국 극작가 데이비드 헤어의 1998년 작품이다. 성적 충동을 심리적으로 파고 든다. 창녀와 택시기사, 가정부와 주인집 아들, 정치가와 그의 아내, 모델과 극작가, 여배우와 귀족 남자 등 10명의 인물이 만들어가는 부도덕한 관계 속에 성(性)을 이야기한다. '라롱드(La Ronde)'는 프랑스어로 원, 순환이라는 의미. 극은 거리의 여자와 택시기사의 만남으로 시작해 기사가 다시 클럽에서 가정부와, 가정부는 또 주인집 아들과 관계를 갖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진행된다. 등장인물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장치다. 슈니츨러가 처음 이 작품을 썼을 때 그는 오로지 친구들 사이에서 읽혀지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뜻과 달리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고 공연되면서, 오늘날애는 현대적 해석이 더해지면서.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는 국내초연인 이 무대는 남녀 배우 한 사람씩만 등장하는 2인극이다. 원작은 10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형태로 공연됐지만 ‘블루룸’은 남녀 배우가 각각 한명 등장해 1인 5역을 맡는 2인극으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연기하는 여러 캐릭터는 다양한 사회 계층을 상징한다. 나이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현대인의 성적 욕망과 이를 발현하는 방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남녀 10쌍의 섹스를 통해 육체적 사랑이 충족되는 순간 소멸되고 마는 인간 관계의 공허함과 허망함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