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군상'
때는 1970년대 후반. 서울 변두리 어느 달동네 무허가 집을 중심으로 극은 이뤄진다.
이 집에는 민들레라는 처녀가 양아버지를 대신해 자취방을 3개 월세를 주고 있다.
건축 노가다를 하는 덕구아저씨와 술집 작부로 일하는 애랑과 아영이 같이
한 방을 쓰고, 나머지 방 하나에는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청년이 들어온다.
민들레는 허물없이 이들과 어울리고 어려운 사정도 봐주고
걱정도 하며 착한 마음의 처녀로, 양아버지가 병환으로 시골로 요양 차 내려가자
이 일을 떠맡은 것. 홀아비인 덕구는 애랑과 아영이 일하는 술집 마담인 파주댁과
눈이 맞은 사이다. 그래서 파주댁이 이 집에 자주 온다.
그리고 아영은 새로 온 청년 형근에게 호감이 가는데….
형근은 운동권 학생으로 정부의 강압정책에 반대해 데모를 하고
피신 차 이곳에 온 것이다. 모든 일이 잘 풀릴 순 없는 것.
특히 1970년대는 공권력이 지배했던 때라
결국 형근도 잡히게 되고 어딘 가에서 고문을 당하고…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그의 장례를 마치고 몇 달 후, 형근은 이 곳에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민들레에게 이 집은 “희망의 집”이란 말을 남긴다.
작가의 변 - 김성철
먼저, 제 졸작을 선정해주시구 제작결정을 내려준 극단「예터」의 강신화 대표님께 고맙다 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오래전에 써놓은 것으로 이미 2년전쯤인가 올린적이 있었죠. 그때도 예터의 배우들이 추운겨울날 많이들 고생하셨었는데, 이번에도 그때의 배우들이 반수정도 참여를 하고 있어서 한편으론 연습속도가 빠른감이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오 히려 작가인 제 입장으로선 너무 미안하고 고마울뿐이군요. 다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아직 어린 제가 연출을 하다보니, 배우들의 고생은 뭐라 말하기가.... (대표님, 박대성 사 무장님, 김선화 배우님... 그외 모두의 배우님들 전 이 작품에 다른 부분은 그리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작금의 20대 후배들은 아련히 기억할까마는 30대를 넘어선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70년 대 후반의 뜨거웠던 사회적 이슈와 서민들의 삶을 추억하실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정의 통행금지. 수시로 울리던 동화관제 싸이렌, 오후녁이면 여지없이 국기 게양대를 향해야 했던 국기 하강식... 정말 애국자였던거 같아요 전 다른것은 다 빼구 하나만 강조하렵니다. 그 와중에 서울 어느 하늘아래의 달동네 서민의 삶.... 힘겨웠지만 민초들의 근근히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하루하루 웃음을 잃지 않았던 서민들의 생 활 속을 조금만 끄집어 조명해 봤습니다. 순수한 사랑과 삶에 대한 힘든 몸부림동... 거기에 누구나 한번은 해봤을 데모 시위... 그곳에서 사라지는 형근이라는 한 무명초… 그렇습니다. 기억하려 애쓸 필욘 없으나 난 잊고 싶진 않군요. 관객여러분 많은것을 보여드릴순 없으나 그때의 한 편린만이라도 이 을씨년스런 늦가을 저녁에 추억하실수 있다면 전 그걸로 만족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