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안데르센 원작, 주평 대본 '빨간 구두'
가난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소녀 카렌은
신발 한 켤레 살 돈도 없어 맨발로 다닌다. 이를 가엾게 여긴
동네 구둣방 주인은 안 팔리고 있던 싸구려 빨간 구두를
카렌에게 선물로 주고, 카렌은 그 구두를 감사히 받아 신는다.
그 뒤 홀어머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카렌은 당시의 풍습대로 검은 옷과 검은 구두를 착용하고
장례식을 치르려 하지만 신발이라고는 오직 그 빨간 구두 한 켤레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빨간 구두를 신고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마침 지나가던
어느 부유한 할머니가 보게 된다.
카렌의 사정을 들은 할머니는 그녀를 딱하게 여겨 양녀로 맞이하고,
빨간 구두를 소각한 다음 그녀에게 돈을 주며 엄숙한 장소에 신고 갈
검은색 구두를 사라고 한다. 그러나 가게 진열장에 전시된 빨간 구두의 화려함에
현혹된 카렌은 빨간 구두를 사버리고,
눈이 나빴던 할머니에게는 검은 구두를 샀다고 거짓말을 한다.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예배를 보러 간 카렌은 그 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구두가 너무나 화려해서 교회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헌데 그 교회의 문지기가 그 구두를 보고는 예쁜 구두라고 칭찬하면서
이런 구두는 무도회에서나 신는 거라고 경고를 준다.
그 순간, 갑자기 그 구두를 신은 카렌의 발이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 춤이 멈추질 않는다. 주위 사람들을 몇 번이나 발길질한 끝에,
결국 다들 달려들어 그 구두를 벗겨내고 서야 겨우 춤이 멈춘다.
그런 소동이 있은 뒤 카렌은 할머니한테 혼나고 그 빨간 구두는 신발장에 처박혀
버렸지만, 카렌은 여전히 빨간 구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큰 병에 걸려 몸져눕게 되었고
카렌은 당연히 간호를 해야 했지만
마을에서 열리는 성대한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간호를 게을리한다.
허영심을 이기지 못해 결국 다시 그 빨간 구두를 신고 무도회에 갔더니,
또 다시 그 구두가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했으며,
이번엔 벗으려 할수록 더 단단히 발을 옥죄었고 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몇 날 며칠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 공동묘지가 있는 교회 뒷마당까지 가게 되었고,
돌연 칼을 든 천사가 나타나 카렌에게 빨간 구두의 저주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한편 교회 안에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카렌은 뒤늦게 반성하지만 춤 때문에 그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춤을 추던 카렌의 구두는 어느새 사형집행인이 사는 숲 속의 오두막에 도착한다.
카렌은 사형집행인에게 자신의 발은 저주받았으니 제발 잘라달라고 애원하고,
집행인은 그 부탁대로 그녀의 두 발을 잘라내 버린다.
잘라낸 두 발은 피를 흘리면서도 끊임없이 춤을 추며 어디론 가로 사라져간다.
발이 잘린 이후 카렌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봉사를 하며 참회의 길을 걷는다.
자신의 죄를 뉘우친 카렌을 안쓰러이 여긴 신은 천사를 보내 그녀를 천국으로
데려간다.
빨간 구두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이다.
1845년 4월 7일에 코펜하겐에서 C.A. 레이첼(C.A. Reitzel)이 처음으로 출판했다.
이 이야기는 1849년 12월 18일에 동화의 일부로 다시 출판되었다.
빨간 구두를 신고 끊임없이 춤을 추어야 하는 소녀에 관한 내용이다.
카렌이 장례식(또는 예배)에 빨간 구두를 신고가는 바람에
저주를 받아 죽을 때까지 빨간 구두와 함께 춤을 추게 된다는 이야기,
혹은 후에 이 저주로부터 구원되는 이야기,
혹은 결국 고통을 못 참고 저주를 풀기 위해 발을 자른다는 이야기다.
세간에선 형벌이 너무 과하다고 하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교회나 성당에 갈 때에는 불문율이었고, 이 불문율을 어겼기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금기시되는 일을 하면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마지막에 착한 일인 봉사에 힘쓰다가 결국 천국으로 간다는 내용이
정식 판본의 결말인 것으로 보아 권선징악의 형태도 얼추 있다.
분명 안데르센의 판본이라는 정해진 줄거리가 존재하는데,
순화나 번역 과정에서의 각색으로 인해 주인공의 배경, 빨간 구두를 얻게 되는
경위나, 금기를 어기게 된 경위 등에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설화 기반이라는 이유도 한몫 하는 듯.
다만 참회를 하면서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후에 죽어서
천국으로 가게 되는 결말은 동일하다.
이야기의 빨간 구두는 금기를 상징하고,
춤을 추게 되는 저주는 형벌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허영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분수를 망각한 채
"어리석은 판단을 반복하는 젊은 사람의 행동을 풍자."한다고 볼 수도 있다.
평소 자신의 외모에 심한 콤플렉스가 있던 안데르센이 자신이 좋아했던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차이고 흑화해서 쓴 동화라는 설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서 할머니를 돌보지 않은 채 무도회에 가고 화려한 빨간구두만 집착하는 카렌은,
외적인 것만 보고 허영심에 빠져 있는 여자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영감은 안데르센이 실제로 본 빨간 신발과 관련된 일이다.
구두 장인이었던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부유한 부인에게서 딸을 위한
춤용 신발을 만들어달라는 의뢰와 함께 붉은 비단을 받았다.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비단과 함께 귀한 붉은 가죽도 써서 신발을 만들었지만,
고객은 신발이 형편없다며 오히려 비단을 망쳤다며 화를 냈다.
그 말에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그럼 내 가죽도 망쳐버리겠다."라고
답하며 고객의 앞에서 신발을 잘라버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