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마멧 '라이프 인 더 씨어터'
데이빗 마멧의 《A Life in The Theatre》이 1977년 10월 20일 오프 브로드웨이에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자, 세인의 주목은 더욱 그에게로 쏠렸고, 그의 극작가로서의 위치는 굳어졌다. 그러나 그가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왜냐하면 1975년 5월 오프 오프의 극장 성 클레민스에서 《Duck Variation》이 공연되었고 그해 9월에 《Sexual Perversity》, 그리고 10월에는 시카고의 극장에서 《American Buffalo》가 공연되어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한 해에 우수한 작품올 세 편이나 창출해 연극계와 극 비평계에 지대한 관심을 끌게 했을 뿐 아니라 그의 이름은 혜성처럼 부상했다. 더욱이 《American Buffalo》와 《Sexual Perversity》두 작품은 최우수 신인극작가 에게 주어지는 Obie賞 까지 받았다. 영광은 여기서만 끝나지 않았다. 그의 《American Buffalo》가 1977년 2월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자, 그 시즌에 있어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어 비평가 상까지 받게 된 그의 명성은 날을 거듭할 수록 더 떨치기만 했다. 그가 많은 상을 받아 영예와 명성을 얻기까지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랐다.
1947년11월 해일에 출생한 그는 버어먼트의 고따드 대학의 영문과틀 졸업한 후, 시카고에 있는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기숙하면서 劇作術을 꾸준히 연마했다. 그가 각광을 받게 된 작품으로선 《A Life in The Theatre》 외에도 《침묵회》《다람쥐들》 그리고 뉴욕 세익스피어축제 演劇祭에서58회나계속 공연되었던 《맹물로 가는 기관차》도 잊을 수없다. 마멧은 多作家 는 아니다. 한때는 〈성니콜라스 劇園 〉을 創團 하여 예술감독으로서도 무대체험을 쌓기도 했고, 전속 劇作家 로서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는 끈질긴 모색가이기도 했다. 새로운 극 형식을 위해 유달리 부심한 그는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의 희곡을 창출했다.
《A Life in The Theatre》역시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그의 代表作이다.
장면 수가 많기로서는 세익스피어극을 연상케 한다. 26장으로 나누워진 이 극의 구조는 길고 짧은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어 장단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면서 극 展開 를 리드미컬하게 진전시킨다. 더우기 흉미률 끄는 것은 무대의 설정이다. 작품 서두에서 作者가 설명하고 있듯이 무대는 〈무대 위〉 와 〈무대 뒤〉로 구분되어 있어 늙은 배우 로버트와 젊은 배우 존의 연기를 관객은 〈무대 위〉의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등을 보게 되고 〈무대 뒤〉의 장면에서는 그들의 전면을 보게 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 점이 다른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기밥을 말해 준다.
뉴욕 타임스는 「빛나는 새로운 희극이다, 순수 연극을 즐기는 저녁이 될 것이다. 재능이 풍부한 극작가가 연극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다」고 절찬을 보낸 《A Life in The Theatre》은 演技 의 기술에 대한 코미디인 동시에 삶의 기교, 즉 처세술에 대한 코미디이기도 하다.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노배우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했지만, 장래가 촉망 받는 젊은 배우. 이 둘은 같은 극장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같은 분장실을 쓰기 시작한다. 오랜 연기 생활로 쌓은 경륜과 연기 철학, 거기다 카리스마까지 지닌 노배우는 젊은 배우에게 큰 영감을 안겨주고... 두 사람은 배우로서만 알 수 있는 삶의 진실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배우게게 영화제의가 들어오고, 황혼기를 맞아 외롭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진 노배우는 젊은 배우를 시샘하기도 하고, 변덕을 부린다. 이에 당황한 젊은 배우는 끝까지 노배우의 변덕을 무던하게 받아 주며 이해하려 애쓰나, 천의 얼굴을 한 노배우의 행동은 진실인지 연극인지 종잡기가 어렵다. 결국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골은 깊어만 가는데...
노배우와 젊은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와 분장을 지우면서 그날의 공연을 품평하기도 하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긴장감을 달래기도 한다. 그들이 하나 둘씩 작품들을 겪어 나가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무명이었던 젊은 배우는 스타로 떠오르고, 노배우는 점점 더 늙고 쇠약해간다. 연극은 담담하고 관조적이다. 젊은이의 버릇없음과 노배우의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대사들도 적절히 절제되어 있고 조용히 관객들의 감수성을 건드려준다. 인생은 연극무대와 같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연극을 보고 나면 인생은 연극무대 뒤에 마련되어 있는 분장실과 같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무대 위에서, 제한된 시간과 주어진 조명 아래서 악전고투하다 어쩌다 주어지는 갈채에 잠깐씩 도취되는 배우의 모습이 우리의 사회적인 삶이라면, 무대에서 내려와 콜드크림으로 분장을 지워내고 거울 앞에 앉은 자연인의 모습은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거기엔 어떻게 행동하라고 가르치는 대본도, 간섭하는 연출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인으로서의 우리의 삶의 궤적이 무대 위에서의 성취에 따라 좌우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젊은 배우는 생의 절정을 향해 올라가고, 노배우는 대사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쇠잔해간다. 연기의 기본과 후배의 도리에 대해 강변하는 노배우의 설교는 점점 더 구차해지고, 그런 노배우가 젊은 배우는 안쓰러우면서도 귀찮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공감의 폭은 깊고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