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정의신 '쥐의 눈물'

clint 2023. 11. 28. 20:44

 

 

 

쥐 유랑연예인 스즈와 망간 부부는 '천축일좌'라는 이름으로

아들 티탄과 딸 린을 데리고 함석버스를 끌고 전선(戰線)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

어느 날 검문에 걸려 중사로부터 허가서 없이는 다닐 수 없다는 위협을 받자

서유기 공연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한다.

그러나 공연 도중 중사는 군인으로 데려가려 점 찍은 치탄을 꼬드겨 사라진다.

중사를 따라간 티탄은 시궁쥐들을 일망타진한 공으로 영웅이 되고

티탄 덕분에 중사도 대령으로 승진한다.

그러나 사실은 티탄이 백기 들고 투항하는 무고한 쥐들을 얼떨결에 죽인 것을

대령은 티탄을 테러리스트들을 전멸시킨 영웅으로 둔갑시켜 버린다.

그리고 티탄을 위해 유랑극단을 불러 공연을 하게 하고 여기서

가족과 만난 티탄은 엄마에게 괴로운 심정을 털어 놓는다

영웅이 된 티탄 덕분에 공연을 계속하게 된 어느 날 시궁쥐들이 습격해 오자

티탄은 영웅 답게 싸우기 위해 피 흘리면서도 전쟁터로 나가려하고  스즈는

옛날로 돌아가자며 티탄을 설득지만 죄책감 때문에 티탄은 홀로 전쟁에 나간다.

전쟁을 마치고 행군하는 시궁쥐들의 행렬에서 티탄의 죽음을 목격하지만

스즈는 티탄의 가족을 수소문해서 죽이려는 시궁쥐 중사의 계략을 눈치채고

애써 외면한 채 미친 듯이 춤을 춘다전쟁터에서 도망친 뒤 극단에 들어온

니켈과 결혼한 린은 도시로 나간 니켈을 기다리다

스즈와 망간과 함께 시궁쥐 병사들이 새벽에 도시를 기습하여

모든 쥐들을 죽이려는 계획을 엿듣게 된다.

니켈을 살리기 위해 버스 위로 올라가 장구를 치던 린은

시궁쥐 중사에 의해 총살되고 린 덕분에 시궁쥐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자식을 모두 잃은 스즈와 망간은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고

이 세상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니켈과 함께 공연을 떠나기 위해 버스의 불을 밝힌다.

 

 

 

<쥐의 눈물>은 전쟁토에 함석버스를 밀고 다니며 병사들을 상대로

연극을 하며 살아가는 쥐 유랑 연예극단 '천축일좌'의 이야기다.

사람이 아닌 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우화적 관점에서

색다르게 시작되는 이 작품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전쟁으로 겪게 되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 살아가고자 한다는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정의신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과장되지 않은 유머로

극의 분위기는 따뜻한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준다.

 

 

 

 

작가의 글 정의신

 

<쥐의 눈물><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아이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희곡인데, 희곡에 그려진 꿋꿋한 모습의 어머니에게 몹시 반했습니다. <억척어멈>은 브레히트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정의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전쟁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는 당참과 약삭빠름을 지닌, 그래서 강인함과 슬픔, 안타까움까지 함께 지닌 인물입니다.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요소를 <억척어멈>에는 가득 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온 시대와 우리들이 사는 지금 이 시대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도 텔레비전의 뉴스에서는 비참한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전쟁, 내분, 테러, 기아, 대지진...... 그것들을 볼 때마다 슬픔과 아 픔과 분노, 그리고 언젠가 내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착찹한 심정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비참한 상황들과 비교하면 아마 쥐보다 더 작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현대를 사는 작가로서 토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시대가 어두운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해도 아니, 오히려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작가로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매일 많은 슬픔과 괴로움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해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발걸음을 계속 내딛어야 합니다. 멈춰 서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쥐의 눈물> 주인공들도 기다리고 있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살아있는 한 인생은 계속되어갈 것입니다. 나이 오십이 넘으니 체력적으로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나 스스로 계속 채찍질하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쥐의 눈물에 등장하는 유랑 쥐들이 그렇듯이, 한 걸음으로도 멀고, 한 걸음으로도 가까운 천축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계속 걸어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