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장클로드 가리엘 '연애수첩'

clint 2023. 11. 14. 18:20

 

 

 

‘연애수첩’은 오직 한 남자를 찾는 여자와 매일 다른 여자를 찾는 남자 이야기.

둘이 조금씩 변해가며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거듭된 반전을 통해 연애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랑이란 건 수첩에 기록되어질 수 없는 것이며, 나만의 공간에 낯선 누군가를 들여 놓는 일이다. 사랑은 점이고 선이고 면이지만, 나아가서 하나의 공간이기도 하다. ‘나’라는 공간, ‘너’라는 공간, 그리고 결국엔 ‘우리’라는 공간. 연극 「연애수첩」은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랑을 들여다본다. 한 남자의 집에 한 여자가 찾아온다. 여자는 ‘훼랑’이란 사람을 찾지만 그는 그곳에 없다. 찾는 사람이 그곳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자의 집에 머무르길 원한다. 쫓아내려는 남자와 머무르려는 여자. 여자의 침범으로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다. 오직 ‘나’인 것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던 ‘나’라는 집에 누군가가 침범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쫓아내려는 남자와 머무르려는 여자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여자는 직장에 나간 남자가 돌아오길 기다리기도 하고, 남자 역시 자신을 기다리는 여자의 모습을 기다린다. 그들은 서로에게 흡수되어 가는 것이다. 서로에게 침투하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몹시 독특한 취미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과 잠자리를 함께 한 여자들의 이름이나 외모 등을 메모해 놓는 것이다. 그는 134명의 여자를 메모해 둔, 이를테면 연애수첩을 가지고 있다. 남자는 134명의 여자와 관계했지만 134번의 사랑을 하진 못했다. 남자는 여자를 만남으로써 ‘수첩에 적으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남자는 방안 분위기를 바꾸자고 한다. 가구의 배치를 바꾸고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자고 말한다. ‘나’라는 허름한 공간에 찾아온 ‘여자’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집을 짓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결국 여자와 가꾸려했던 자신의 집을 버리고 떠난다. (여운을 남기고)

 


연극 「연애수첩」은 남자와 여자의 연애와 사랑에 대해 무척 재치있게 이야기한다. 배우들의 일상적 대사가 웃음을 끌어낸다. 공연을 보는 내내 객석에선 킥킥거리는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과장되지 않은 몸짓과 대사들이 담백했다. 갈등이 전면에 드러나 자칫 심각하고 퍽퍽할 수도 있는 것이 2인극이지만, 연극「연애수첩」은 유쾌하고 귀여웠다. 즐거운 리듬을 가진 연극이었다.

 

 

 

 

-클로드 가리엘 Jean Craude Carriére

1932년 프랑스 남부태생으로 유럽의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칼맨의 비극>이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어서 안타깝다. <연애수첩>은 원제가 (비망록(L’ AIDE MEMOIRE)>으로 가리엘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 희곡이다. 말하자면 작가 자신의 얘기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986 9, 앙드레 · 발자크의 연출로 파리의 <아뜨리에>좌에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고 수년동안 롱런했던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