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미하엘 엔데 '모모'

clint 2023. 10. 19. 19:41

 

모모의 이야기는 동화 답게 시작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사람들이 모이던 광장이 있었다. 둥근 모양의 원형극장들은 그 옛날에 다양한 크기로 이 세계에 존재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연극을 관람하기도 하고 연설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렇게 원형극장들은 사라져가고 남아있는 것들은 유적지이자 관광지로의 명성만 남게 되었다.

모모의 이야기는 이 사라져 간 원형극장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작고 메마른 소녀인 모모는 작은 원형극장에 나타나 그곳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모모는 아주 작고 지저분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모모의 재주는 바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이었다. 모두들 모모 앞에서는 자신의 말을 자유롭게 펼치고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모모는 진심으로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주고 반응해 주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모모의 동네 사람들은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일단 모모한테 가봐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일단 모모한테 가봐모모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모모가 특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2명 있었다. 그 둘은 도로청소부 베포와 관광안내원 지지였다. 베포는 말없는 노인이었다. 그는 모든 불행은 의도적인 혹은 의도치 않은 거짓말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의 물음에 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진실이 아닌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베포를 머리가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모는 달랐다. 모모는 베포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그런 베포의 대답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친구였다. 한편 관광안내원 지지는 베포와는 정반대의 청년이었다. 그는 잘생기고 이야기도 아주 잘했다. 특별한 직업은 없지만 간혹 길을 잘못 들어 모모의 원형극장이나 근처 유적지로 들어오는 여행객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지는 이야기를 아주 잘했지만 특히 모모와 함께 있을 때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지지는 모모를 사랑했고 모모만을 위한 이야기를 모모에게만 해주기를 좋아했다. 지지와 베포 이외에도 모모에게는 수많은 어린 친구들이 있었다. 애들은 모모와 함께 있으면 심심할 틈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모모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늘 항상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나뭇가지 하나와 쏟아지는 비와 반짝반짝 빛나는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그들은 하루 종일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놀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모와 친구들은 서서히 그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회색 신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시간저축은행을 운영한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으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그들에게서 시간을 조금씩조금씩 빼앗아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회색인간들에게 홀린 사람들은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었습니다. 무조건 빨리빨리 해야 했습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그렇게 조금씩 회색인간들이 운영하는 시간저축은행의 회원이 되어가고 있었다. 회색인간들에게 모모는 위험인물이었다. 모모의 능력은 회색인간들의 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중 한명이 모모에게 접근했다. 그는 모모에게 말하는 인형을 선물한다. 그러나 모모는 말하는 인형에게서 지금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지루함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말하는 인형과 놀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모에게 접근한 회색인간은 그런 모모에게 인형을 통해 끊임없이 소유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하지만 모모에게 그런 것들은 소용이 없었다. 모모를 속이는 데 실패한 회색신사는 결국 역으로 모모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들키게 된다. 모모는 그를 통해 시간 도둑들의 계획을 알게 된다. 모모는 그 사실을 베포와 지지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친구들인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회색인간들의 계획을 도시에 있는 어른들에게도 말해주기로 마음먹는다. 왜냐면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들의 계획을 사람들이 눈치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모와 친구들의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모모는 회색인간들의 표적이 된다. 그러던 중 모모는 거북이 한 마리를 만난다. 등껍질에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거북이를 만난 모모는 자신을 추격하는 회색인간들을 피해 호라 박사의 집에 도착한다.

 

 

호라 박사는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회색신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들을 막아야함을 알고 있었다. 시간도둑들을 관찰하던 호라 박사는 모모를 알게 되었고 거북이 카시오페아를 통해서 모모를 그의 집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모모는 그곳에서 시간의 참 모습을 경험한다. 모모는 그 이후 바깥세상에서 1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긴 잠에 빠집니다. 모모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모모는 거북이 카시오페아와 함께 자신의 원형극장에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 회색인간들은 모모의 친구들에게 작업을 걸어 그들을 시간의 노예로 만들어 놓았다. 결국 모모는 친구들을 기다렸지만 그들을 만날 수 없었다. 모모는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1년이라는 세월동안 친구들을 너무나도 많이 변해 있었다. 베포는 모모를 찾던 중 회색인간들에게 속아 그들과 계약을 맺고 쉴틈 없이 도로를 쓰는 할아버지가 되어버렸고 지지는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시간에 쫒겨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모모는 그들을 구해주어야 함을 느낀다. 그리고 회색인간들과 맞서 싸워야 함을 알았다. 그렇게 모모는 회색인간들과 맞서 싸우기로 작정하지만 그들은 너무 많았고 모모는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그들을 물리칠 수 있을지 몰랐다. 결국 모모는 카시오페이아를 따라 다시 한번 호라 박사를 만나러 그의 집으로 향한다. 모모를 미행하던 회색인간들의 무리를 이끌고 말이다.

호라 박사의 집에 도착한 모모는 박사로부터 회색인간들의 실체와 그들의 계획에 대해 듣고, 그들을 물리칠 방법이 무엇인지까지 알아낸다. 호라 박사는 시간을 멈추기로 하고 모모에게 한 시간의 시간을 주기로 한다. 모모는 그 한 시간 동안 회색인간들이 숨겨놓은 사람들의 시간을 찾아 다시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임무를 받게 된다. 결국 모모는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고 회색인간들을 모두 없애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간을 주인들에게 돌려주는 것까지 모두 성공한다. 회색인간들이 없어지고 난 이후 도시의 사람들과 모모의 친구들은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았고 여유로움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모는 지지와 베포 그리고 친구들과 더불어 자신의 원형극장에 평화를 되찾아 옵니다.

 

 

모모(Momo)는 독일의 아동문학가 미하엘 엔데가 1973년 발표한 책의 이름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또한 모모의 발간 당시의 정식이름은 <모모, 시간도둑과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돌려준 한 아이의 이상한 이야기>이였다. 미하엘 엔데는 판타지 소설을 통해 문명에 의한 자연의 파괴와 소비중심의 문명을 비판하였다. 1978, 가수 김만준이 부른 〈모모〉가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에서의모모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따온 것이었다. ‘모모가 등장하는 에밀 아자르와 미하엘 엔데의 두 작품은모모 선풍을 일으켰다. 이들을 소재로 한 연극이 공연되었고, 김만준의모모로부터 《모모는 철부지》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미하엘 엔데의모모는 영화화가 됐다.

 

 

모모의 능력을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에 쫓겨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신 돌아보게 한다. 일에 치여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이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들인 것 같다. 우리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시간을 아끼고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므로 소설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살핌으로써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 사람은 물론 동물들, 빗줄기, 바람에까지 귀를 기울였다. 온 마음으로 경청해 주는 모모 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회색신사마저도 모모 앞에서 자기의 속마음을 드러낼 정도였다. 모모의 이런 태도는 시간을 내어 느긋하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말해준다.

호라 박사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시간의 꽃이 있으며, 그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다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시간을 느끼기 위해가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회색신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라고 말하며 시간을 최대한 아껴 씀으로써 그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작가는 회색신사들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위해 진정한 기쁨도 모른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불행한 현대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결말에는 모모가 되찾은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어디서나 사람들이 서서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일하러 가는 사람도 창가에 놓인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새에게 모이 줄 시간이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돌볼 시간이 있었다. 노동자들도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안히 일할 수 있었다.” 이런 결말을 보더라도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지금 이 시간, 현재를 아낌없이 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모모는 이탈리아어로지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모는 옛 원형극장 터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충실히 들어주면서 현재를 충만하게 살았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모모는 늘 시간이 많았다. 모모와 절친한 청소부 베포의 삶도 그러했다. 베포는 책에서한 걸음에 한 번 숨쉬고, 한 번 비질하고, 가끔 서서 우두커니 생각에 잠기다 보면 종종 위대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이런 베포의 모습은시간이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한 작가의 말과 일치한다.

 

영화 모모 (1986)

 

미하엘 엔데(1929~1995)는 남부 독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였고 어머니 역시 화가였다.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을 물려받은 엔데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 연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2차 대전 후 연극배우, 연극평론가, 연극기획자로 활동했고, 1960년에 첫 작품 <기관차 대여행>을 발표하여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에 <모모>, 1979년에 <끝없는 이야기>를 내어 세계 문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밖에 <마법의 설탕 두 조각> <거울 속의 거울> <망각의 정원> 등의 작품을 남겼다. 엔데는 여러 작품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풀어놓았으며,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비판한 철학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하엘 엔데 (1929~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