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마르쿠스 '블라인드 데이트'
블라인드 데이트는 통상 얼굴을 모르는 남녀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는 일을 말한다. 이 작품에선 브라이언이란 남자가 콘택-렌즈를 놓고 약속장소에 나와 2중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다.
20대 엔지가 대학 비서과 동창친구인 니콜라의 남자를 소개 시켜주겠다는 전화를 받는다. 남자는 브라이언이라는 니콜라의 사장이다. 나이 40세. 애들이 있는 유부남이지만 지금은 별거 중이란다. 아마도 같이 놀러갔을 때의 사진을 보여준 모양인데, 사장이 무척 관심이 있단다. 그래서 그 남자의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해서 보는데, 스페인의 해변 종려나무 밑에서 찍은 사진인데, 얼굴은 자세히 보이진 않으나 롱다리며 몸매가 날씬한 게 그런대로 괜찮은 듯해서 한번 만나볼까 하는데 바로 니콜라는 전화를 바꿔줘서 둘이 알아서 만나라고 하고… 전화로 인사한 둘은 런던 외곽의 한 조그만 역내 중앙의 벤치에서 토요일 오후 1시에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 1시, 5분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엔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을 철칙처럼 지켜온 여자로… 기다리는 사이, 이 위의 과정을 방백을 하듯 설명하며 자신의 심정을 곁들인다. 한 10여분이 지났을 무렵, 한 남자가 허둥지둥 오는데, 그가 브라이언임에도 그녀의 기대치가 높아서 일까… 어리버리한 중년남자로 무시하고… 브라이언 역시 콘택-렌즈를 놓고 나와 잘 안보이나 주머니에 있는 안경을 쓰면 훨씬 늙어 보이므로 여자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벤치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이 작품은 이렇게 한동안 직접 대화없이 남녀가 각각 자신의 생각을 방백 하듯이 대사를 치는데, 남녀의 사소한 반응, 행동 등을 상대방이 표현한다. 이렇게 시간이 30분이나 지나자, 여자가 매점에 가서 초콜릿을 사와 벤치에서 먹게 되고 남자는 이렇게 바람맞느니 이 여자라도 한번 꾀 볼까 하는 맘으로 대화가 시작되는데… 얼마간의 대화 속에 둘은 각각 자신이 기다리는 상대인 것을 서로 깨닫는다. 여자는 남자를 너무 젊은 이미지로 그렸던 것이고, 남자는 콘택-렌즈가 없었기에… 그리고 상대방을 알기까지 너무 앞질러 말한 내용들 때문에 서로는 알지만 그걸 인정 안 하고 헤어진다.
재미있는 상황에 재치 있는 대사, 방백이 섞여진 단막 2인극이며, 마지막에는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1977년 발표된 프랭크 마르쿠스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1980년 12월 ‘초콜릿데이트’란 제목으로 떼아트루 추에서 공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