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볼 '오마르 - 내가 결국 될 수 있는 것'
주요인물인 오마르는 낮에는 전화기 판매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성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이름과 고향을 다르게 말하며 살아가던 오마르는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동성애 혐오로 힘들어하는 드와이트를 성매매 손님으로 만나고, 서로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마르는 우연히 만난 손님 레이먼드의 편안한 분위기에 끌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연극 <오마르-내가 결국 될 수 있는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중동 남성 오마르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겪는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하나의 여정처럼 그린 작품으로, 9.11 테러 발생 4년 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와 드라마 <트루 블러드> 각본을 쓴 작가 앨런 볼이 집필한 이 작품은 이방인, 특히 중동인이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도 그렇게 간단했으면 좋겠어. 그냥 네 머리를 세게 쥐어짜서 그 안에 있는 걸 다 꺼내고 싶어. 그래서 네가 그냥 백지가 되어서, 나를 볼 수 있게. 네가 두려워하는 내가 아니라, 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이처럼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등의 이슈가 전면에 흐르는 작품이지만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어떤 당위성이나 도덕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흐르지는 않는다. 그저 오마르라는 사람과 그 주위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건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대신 계속해서 제기돼야만 하는 어떤 물음을 담는 작품,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게 되는 작품이다. 작품이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도처에 퍼져 있는 혐오이슈와 그에 따른 피해자로 지목되는 인물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시선들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다. 무겁고 날카로운 시선이 배어있지만 거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그래서 오마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