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로이 루이스 '나는 왜 아버지를 잡아먹었는가?'

clint 2023. 6. 14. 17:29

 

수백만 년에 걸친 초기 인류의 진화과정을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단 두 세대의 모험 속에 압축시킨 작품이다. 최초로 불을 발견하고, 최초의 철학적 논쟁을 펼치고, 인류의 진화와 장래를 걱정하는 등 갓 동물티를 벗은 순진한 인류에게 처음 있었을 법한 일들을 익살스럽게 설명한다. 주인공은 나무에서 갓 내려와 땅 위를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원숭이 혹은 원시인들. 진정한 인간으로의 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와 미개한 채로나마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기를 고집하는 형 사이의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은유한다. 무력을 신봉하는 장남, 내세를 믿는 철학자 둘째, 기술적 진보를 추구하는 셋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등, 형제들의 성격과 태도, 사고방식 역시 오늘을 살고 있는 인류의 원형을 보여준다. 남녀간의 사랑을 처음 발견하는 장면은 경이롭다 못해 아름답고, 엄숙한 감동마저 자아낸다. 그림자와 꿈에 대한 해석은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넓어지면서 진화의 차원을 높인다. 부계 사회를 향한 권력 승계의 시대를 열면서, 마침내 홍적세의 종말에 이른다. 그 상징이 바로 책의 제목에 함축되어 있다. 원시에 머물지 않고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아버지가 늙어감에 따라 이제는 자식들이 아버지의 변혁을 수용하지 못하고 죽이고 마는 누를 범한다. 

 



최초의 족외혼의 모습도 나온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머나먼 숲에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곤 밑도 끝도 없이 족외혼을 하라고 강요한다. 아들들은 저마다 불만을 표출하지만 아버지는 아들들의 말을 물리치며 이렇게 말니다, "우리는 유전자를 조금은 다른 것과 섞어야돼....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애들이 너무 쉬운 상대라는 점이다...손에 넣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거의 없지....너희가 어떤 문화적 발전을 원한다면 개인의 감정을 긴장 시켜야 한다......이것이 바로 자연선택이라는 것이다'"


로이 루이스 (Roy Lewis) 
옥스퍼드의 유니버시티대학에서 문학 학사를 졸업한 후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에서 공부했다. 이후 경제학자로서 일했지만 <스테이티스트> 지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언론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52년부터 1961년까지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미국 워싱턴 DC 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1961년 타임즈에 전임 특별기사 전문 기고가로 일하게 되면서 영국에 자리를 잡았다. 1957년에는 <킵세이크> 지를 창간했는데, 비록 출판 규모는 작았지만 1990년에 그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100개 이상의 출판물을 냈다. 또한 다수의 논픽션과 그의 대표작 《에볼루션 맨》을 비롯해 세 편의 소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