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광인일기'

제1차 세계대전(1914~18)이 막바지에 달했을 무렵, 루쉰이란 필명으로 쓰인 소설이 잡지 ‘신청년’에 발표된다. 이 작품이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 ‘광인일기’다.
‘광인일기’는 시대의 어둠에 갇혀 있던 한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뚫고 나오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기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병과 자각의 흔적이다. 식인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광인은 자기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길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청년아, 나를 딛고 나아가라!” 시대의 적막을 뚫고 탄생한 ‘광인일기’는 우리들에게 던져진 한 ‘광인’의 외침이다.

처음엔 모씨 형제(광인 형제)의 친구가, 예전에 피해망상증을 앓고 있던 광인의 일기를 의학자들의 연구 자료로 제시한다고 말하면서 시작헌다. 일기내용은 이렇다. ‘피해망상증’을 앓고 있는 광인은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이 식인을 한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에게 좋지 못한 시선의 사람들이 자신을 살찌워 잡아먹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중에는 심지어 가족인 형마저 식인을 한다고 믿게 되고, 마지막엔 광인이 아이들을 구하라고 말하며 일기가 끝난다.
시대적 상황으로 봤을 때, ‘식인’은 봉건적 관습이나 예교를 비판하는 행위인 듯하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고수하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식인이라는 비유를 통해 그 잘못됨을 조금은 극단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미친 사람. 이 소설 속에서 광인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광인일기에서 진정한 광인은 피해망상증인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미친 사람으로 바라보는 그 주변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짜 광인의 모습은 무엇인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짜 광인은 누구인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식인자의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