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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clint 2023. 5. 13. 16:12

 

안나 카레니나는 오빠 스테판 오블론스키의 부부 싸움을 중재하려고 모스크바에 왔다가 올케의 여동생 키티와 염문이 있는 미남 브론스키 백작을 만난다. 오랜 지주 가문의 콘스탄틴 레빈도 키티를 사랑하지만 키티는 레빈을 거부하고, 브론스키의 청혼을 기다리고 있다. 안나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한 브론스키는 그녀의 뒤를 쫓아 피터스버그로 온다. 두 사람은 극장도 같이 다니며 가까이 지낸다. 냉정하고 야심 찬 안나의 남편 카레닌은 두 사람의 소문이 그의 사회적 명망에 끼칠 위험성을 지적하며 아내에게 아들 세리요자를 신경 쓰도록 조언한다. 장교들의 말 경주에서 브론스키가 사고를 당하자 안나는 그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못하고, 이에 카레닌은 결투, 별거, 이혼 등을 고민했으나 종교법에 따라 이혼은 않기로 결정한다. 안나는 비밀리에 브론스키를 만난다. 한편 키티에게 거절당한 레빈은 시골영지로 돌아와 농사에 전념한다. 키티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다시 한번 청혼키로 한다. 그는 키티도 그를 은근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동안 두 사람의 자존심이 서로를 갈라놓았다. 레빈은 키티를 아내로 맞이할 희망에 모스크바로 간다.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그의 아기를 가졌다고 말한다. 이에 책임을 느낀 브론스키는 카레닌과 이혼하고 결혼하자고 한다. 그러나 카레닌은 그 아기를 자기의 아기로 받아들이고 아내의 불명예를 덮겠다며 이혼을 거부한다.

어느 날 카레닌이 집을 비울 때 안나가 브론스키를 집으로 부른다. 브론스키와 현관에서 마주친 카레닌은 이혼을 결심하고 아들의 양육권을 자기가 맡겠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이 복잡한 카레닌은 이혼절차를 밟지 않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오른 그는 그의 명예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해산 후 안나는 병치레를 하고, 죄의식에 빠진 브론스키는 자살을 시도하나 실패한다. 카레닌은 이제 아내의 바람대로 하라고 한다. 몇 달 동안 앓고 난 그녀는 브론스키와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과 함께 이탈리아로 간다. 한편 레빈은 키티에게 다시 청혼하고 둘은 결혼한다. 러시아로 돌아온 안나와 브론스키는 그의 영지에서 산다. 불륜의 여인으로 사회의 비난과 경멸을 받아 자유롭지 못한 그녀에 비해 브론스키는 자유롭게 어디든 다닌다. 이제 그녀는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카레닌을 불성실한 아내에게 충직한 남편으로 인식하고 있다. 외롭고 서글픈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점점 요구가 많아진다. 아이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까지 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그녀는 어느 날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표를 손에 쥐고 멍하니 철로를 내려다본다. 기차 경적이 울리면서 갑자 모스크바에서 브론스키와 만날 때 기차에 뛰어들던 한 남자가 떠오른다. 그녀는 다가오는 기차에 뛰어든다. 그녀가 죽은 후 브론스키는 군에 입대하고 그의 잘생긴 모습은 간데없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몰골로 변한다.

레빈과 키티는 일상의 반복된 일을 함께 하며 산다. 레빈은 드디어 가진 자로서, 부유한 자의 책임은 일꾼과 함께 일하는 것임을 깨닫고 키티도 그의 책임에 동참한다. 인생에 대한 많은 질문이 있지만, 사는 것은 주린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고 하나님께 순종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 라는 농부의 말을 새기고, 그는 인생의 아름다움, 노동의 즐거움, 한가로운 여유, 고통, 행복을 감지하며 살아간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 2012 중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세 말처럼 너와 나 사이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 21세기의 안나에 대한 동정 점수는 얼마나 될까? 그녀의 자살을 두고 잘했다고 박수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세기 러시아가 배경인 안나 카레니나』는 당시 러시아 사회의 사실적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이 받는 힘겨운 사회적 제한과 영향을 보여준다. 안나의 남편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지만, 아내에 대한 열정과 온기가 없는 매우 사무적인 근엄한 관리이다. 미남 백작 브론스키는 안나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한다. 안나는 그를 거부하려 애쓰지만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일생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맛보는 그녀이지만 죄의식과 가망 없는 미래를 바라보며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1875-77년에 출판된 이 소설에는 두 개의 플롯이 있다. 안나 카레니나 부인의 비극적 사랑이야기와 작가의 철학을 반영하는 예민한 남자 콘스탄틴 레빈의 이야기다. 안나는 유부녀의 진실한 사랑을 들려주고 레빈은 러시아 사회에 대한 톨스토이의 사상을 드러내 준다. 따라서 이 작품은 러시아 사회에 걸려있는 한 여인의 혼란된 모순과 이를 풀어내려고 시도하는 인생철학이 얽혀 있는 소설이다톨스토이는 『로마서 12 19절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를 이 소설의 제사(題詞)로 쓰고 있다. 이것은 그의 동시대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이 소설의 주제를 죄 또는 범죄와 관련한 죄의식, , 회개를 암시한다. 이 소설의 제사처럼 복수를 금하고 심판도 신의 특권임을 표현함으로서 톨스토이는 안나의 행동을 인정하지도 않고 저주하지도 않는다. 그 가치판단은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에 작가는 묘사만 할 뿐 평가는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결론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소설이 사회적 그리고 종교적, 특히 성서적 범죄인 불륜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악한 행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불운은 궁극적으로 신에게서 비롯된다는 의도를 견지한다. 이런 맥락에서 안나가 사회로부터 받는 배척은 하나님 뜻의 표명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톨스토이의 해석이다. 안나가 하나님의 십계명 중 7계에 해당되는 "간음하지 말라"의 계명을 범했으므로, 그녀가 죄를 지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그녀가 받는 벌은 하나님의 선고를 인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나가 비록 죄를 범했다 해도 그 죄에 대한 하나님의 벌은 가혹하다고 톨스토이는 말하는 듯 싶다

불륜을 주제로 다룬 소설은 많다. 책이 나올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 게 했던, 아니 세계를 경악시키고 또 감동시켰다고 할 수 있는 불륜 명작으로는 안나 카레니나』 이외에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1821-80)마담 보바리』와 (불륜의 문제보다는 원초적인 성애에 초점을 둔 소설이기는 하 지만) 영국 작가 D. H. 로렌스(1885-1930)의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을 들 수 있다안나 카레니나』와 『주홍 글씨』 두 작품을 잠깐 비교해보기로 한다.

미국의 나다니엘 호손도 『주홍 글씨』 (1850)에서 간음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톨스토이의 여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헤스터 프린의 불륜도 사회에 대한 범죄이고 신에 대한 죄로 묘사된다. 그러나 헤스터는 그녀 스스로 불륜을 시인하지만 범죄자라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헤스터가 자신의 죄를 인정함으로 생기는 영적인 힘은 그녀로 하여금 사회적 소외를 이겨내고 궁극적으로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다. 호손이 헤스터를 동정적 시각으로 묘사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결백을 분명하게 증명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기준의 가치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는 그 시대의 사회관습과 갈등을 빚는 인간의 아픈 감정을 표현하고 있을 뿐, 사회주의와 결합된 그의 종교적 신비주의는 안나가 겪는 갈등, 그녀의 인간적 고뇌를 해소해줄 길이 없다. 그러나 호손의 헤스터는 이런 갈등을 겪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보여주는 거의 신성에 가까운 극단적인 일변도는, 더 나아갈 길 없는, 출구 없는 꽉 막힌 공간에서, 결국 안나를 자살로 몰고 간다. 사회적 배신행위를 저지른 안나가 느끼는 도의적 절박감이 헤스터에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