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나다니엘 호손 원작 '주홍 글씨'

clint 2023. 5. 11. 09:51

 

17세기 미국의 청교도 식민 정착지인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어느 여름 날 아침 교도소 앞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죄인 헤스터 프린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아기를 안고 있는 헤스터는 가슴에 간부(Adulteress)라는 의미의 앞 글자인 A자를 달고 감옥 문을 나선다. 헤스터는 간음을 저지른 죄의 본보기로 처형대 위에서 3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 여인이 처형대로 올라간다. 사람들은 딤즈데일 목사의 중재로 그래도 그녀가 사형선고는 면할 수 있었다고 수군댄다. 헤스터가 처형대에 서있는 동안 신체불구의 한 노인이 근처 숲속에서 나타났는데, 그를 알아본 그녀는 불안해한다. 헤스터는 옛날 유럽의 몰락한 재산가의 딸로 부모는 어린 그녀를 나이 많은 이름난 학자에게 시집을 보낸다. 신혼부부는 결혼하여 몇 년간 벨기에 북부 앤트워프에서 살다가 남편은 아내를 먼저 미국 매사추세츠로 보낸다. 일처리 후 뒤따라가겠다고 한 남편이 출항했다고 들었지만, 그가 탄 배의 소식이 끊어진다.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 헤스터는 A자를 달기 전까지 보스턴에서 조용히 살았다. 처형대 옆에 보이는 교회 발코니에는 고위 관리와 성직자들이 앉아서 그녀를 바라본다. 목사들은 그녀에게 공범자인 아기 아버지의 이름을 대라고 추궁하고 특히 그녀의 교구목사인 딤즈데일의 추궁이 심했으나 그녀는 밝히기를 거부한다. 감옥으로 돌아온 그녀는 병이 나고, 로저 칠링워스가 의사로 들어온다. 인디언들과 일 년을 함께 지내고 이곳에 왔다고 간수에게 말하는 칠링워스는 헤스터의 옛 남편 프린으로, 숲속에서 나타나 처형대에 서 있는 헤스터를 지켜보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가 탄 배는 파선했고 그는 몇 달간 인디언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그는 헤스터에게 아기 아버지 이름을 묻지만 거부당하자, 그를 불명예스럽게 만든 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찾아내어 복수하겠다고 한다. 감옥생활을 마친 헤스터는 추방자로 마을에서 떨어진 작은 집에서 딸아이 펄을 데리고 삯바느질하며 살아간다. 아이를 엄마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교인들의 움직임을 알게 된 헤스터는 아이보호 문제로 지사 벨링 햄에게 상의하러 간다. 그 자리에는 딤즈데일 목사와 칠링워스도 함께 있다. 지사는 교리문답을 암송하지 않는 펄을 어머니와 떼어놓으려 하지만, 딤즈데일 목사가 상황을 도와주어 모녀는 같이 살 수 있게 된다의사가 마을에 오던 때부터 목사는 병이 들고 목사의 교구민인 칠링워스는 딤즈데일 목사와 함께 같은 집에 산다. 의사는 목사의 내면의 생각과 느낌을 간파하고 딤즈데일이 펄의 아버지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그에게서 고통, 공포, 회한을 끌어낸다. 어느 날 밤 깊은 죄의식의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딤즈데일은 한동안 처형대 위에 서있다. 잠시 후 마을 사람의 임종을 지키고 돌아오던 헤스터와 펄은 목사를 목격한다. 목사는 헤스터에게 그 역시 그날 처형대 위에 헤스터와 나란히 섰어야 했으나 용기가 없었다고 말하고, 죄를 인정한 목사는 여인과 딸과 나란히 처형대 위에 선다. 이 놀라운 그림을 어둠 속에 숨어서 지켜본 사람은 칠링워스이다.

딤즈데일의 악화된 건강상태에 충격을 받은 헤스터는 전 남편을 찾아가, 그를 괴롭히지 말고 희생자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간청하나 칠링워스는 복수할 것을 단호히 재천명한다. 헤스터는 목사에게 칠링워스가 전 남편이었음을 고백하고 그를 경계하도록, 그의 사악함을 경고한다. 헤스터와 목사는 나흘 뒤 선거설교 후 비밀리에 유럽으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헤스터는 안면 있는 선장을 통해 선편을 마련해 두었는데, 이를 알게 된 칠링워스도 그 날 같은 배를 타고 간다고 선장이 헤스터에게 알려준다. 절망한 헤스터는 펄과 함께 딤즈데일 목사의 선거설교를 들으러 갔으나 교인이 만원이라 처형대 아래서 그의 목소리만이라도 듣기로 한다. 설교가 끝난 후 딤즈데일 목사는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교회 밖으로 나온다. 처형대 밑의 헤스터와 펄을 본 그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처형대로 올라 간다. 그를 지켜보는 군중 앞에서, 7년 전 헤스터가 단죄를 받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죄를 쩌렁한 음성으로 고백한 그는 갑자기 목사의 제복 웃옷을 찢고 쓰러지며 숨을 거둔다. 맨살이 드러날 때 이를 본 사람들은 그의 심장 위쪽 가슴에 A자가 새겨져 있음을 증언한다더 이상 목사를 파괴할 수 없게 된 칠링워스는 그의 재산을 펄에게 남기고 얼마 지난 후 죽는다. 그 지역에서 사라졌던 헤스터는 몇 년 후 다시 나타난다. 여전히 주홍빛 A자를 달고 허름한 오두막에 홀로 산다. 그녀의 친절한 봉사생활로 슬픔을 잊게 된 주민들에게, 한때는 수치의 표시였던 A자가 이제는 존경과 경의의 표상이 되었다. 그녀의 무덤은 딤즈데일 목사의 무덤과 나란히 있고 두 개의 무덤 사이에 비석은 하나다. 그녀는 오직 A자만 비석에 새길 것을 부탁했다.

 

 

나다니엘 호손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뉴 잉글랜드의 저명한 가문의 후손들이었다. 부친 쪽으로 그의 조상 윌리엄 호손은 1630년에 미국에 건너온 초기 정착민으로, 작가 호손이 『주홍 글씨 서설에 해당되는 제1장에서 밝혔듯이 그는 군인, 입법자, 교회의 지도자, 판사로 활동했다. 배의 선장이었던 나다니엘 호손의 아버지는 호손이 4살 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원래 가족명은 Hathorne이었으나 작가가 이름 안에 'w'자를 첨가했다. 그가 선조의 성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지만, 그 이름을 멀리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그가 떨쳐버릴 수 없었던 특별한 죄의식은 그의 조상인 첫 번째 정착자 윌리엄의 아들 존 호손이 바로 1692년 이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일어난 악명 높은 마녀재판 사건의 판사였기 때문이다. 200명 가까운 마을 사람들이 차례차례 마녀로 고발되어 25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재판으로 유명하다. 히브리어로 평화(Shalom)를 의미하는 세일럼(Salem)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명칭이 무색하다. 그 당시 순교자의 한 사람은 호손 판사에게당신이 내 생명을 앗아가면, 하나님은 당신으로 하여금 피를 마시게 할 것이다라고 저주하여 존 호손은 죄의식을 더 느꼈다. 죄의 유산을 짊어진 작가 나다니엘 호손은 무거운 현재를 벗어 날 수가 없었다. 뉴 잉글랜드 고향과 과거에 조상이 범한 죄는 그의 작품의 중요한 주제가 된다.

『주홍 글씨1850년 처음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애독서로 뽑히는 고전이다.

이 소설은 1640년대 미국 독립 이전의 영국 식민지 매사추세츠 주의 거류인 헤스터 프린이라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식민지 법에 의해서 부정한 자는 부정하다는 의미의 A (Adultery의 머리글자)를 가슴에 주홍색으로 달고 다녀야 했다. 부정한 여인 헤스터는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아기를 낳았다. 법에 따라 가슴에 주홍 글씨 A자를 단 그녀는 아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기를 거부하고 또한 그녀를 저버린 남편이 누구인지도 드러내기를 거부한다.

1642 6월 이 소설이 시작되는 제1장에서 한 무리의 남녀들이 묘지 옆에 있는 감옥 문 앞에서 헤스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서있다. 초기 청교도 개척자들은 감옥을 삶과 죽음을 기억케 하는 묘지 옆에 나란히 두었다. 음울한 감옥 건물 주위는 풀이 무성한데, 감옥 문 가까이에 장미 한 송이가 유독 눈에 띤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대할지라도 한 떨기 장미의 향기와 연약한 아름다움은 인간을 측은히 여기는 자연의 뜨거운 가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이 꽃이 야생으로 전부터 거기 있었는지 아니면 반항하는 한 여인, 헤스터의 발 앞에 불쑥 피어난 것이지 궁금해한다. 연약함과 슬픔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사랑의 힘을 표현하는 빨간 장미는 결과적으로 도덕적 승리를 가져오는 이 소설의 해피 엔딩을 예고해주는 상징이다.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율법으로 묶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인간을 풀어주는 데 있다. 따라서 결론은 하나님은 사랑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기독교신자가 아닌 신랑신부의 결혼식에서도 곧잘 듣게 되는 성경구절이 있다. 고린도전서 13, 저 유명한 "사랑 장이다. 예언도, 방언도, 지식도 다 없어져도 사랑은 없어지면 안 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초기개척자들에게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너무 멀리 있다. 지혜를 베풀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의사도 목사도 행정관도, 구경꾼 주민들도 아닌, 죄인 낙인을 달고 다니는 한 여인이다. 율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제도와 조직이 사람보다 우위에 있는, 인권보다 우선하는 굳어진 사회상을 작가는 우려하고 지적한다.

미국 유학시절 어느 영문학 교수의 연구실 문에 붙어있던 재미난 그림이 역자의 머리에 떠오른다. 아기를 안은 헤스터가 감옥 문을 나서고 있고, 양 옆으로 구경꾼 여인들이 쭉 늘어서 있는 그림이다. 헤스터의 가슴에는 A자가, 구경꾼 여인들 가슴에는 모두 B자가 달려 있는, A학점과 B학점을 가리키는 매우 유머러스한 그림이었다. 호손의 주제는 그가 살던 시대의 청교도에 뿌리를 둔 문화에서 죄와 그 죄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예정설을 믿는 청교도들은 죄인의 타락에서 죄가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이런 청교도 초기의 결정론(determinism)은 호손 시대에 와서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그래서 주홍글씨를 미국 18세기 초의 커튼 마사(1663-1728)나 조나단 에드워 즈(1703-58) 같은 엄격한 종교작가들보다는 폴 틸리히(1886-1965)에 더 가깝게 보는 평자도 있다. 틸리히처럼 호손은 죄를 행위로 보지 않고 상태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는 20세기 실존주의자들이 언급하는 소외의 의미와 비슷하다. 틸리히는 세 겹의 소외 즉,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세 갈래의 분리된 소외를 묘사하는데, 이렇게 사는 것은 지옥이다. 헤스터는 불륜의 상징으로 A자를 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살고 있지만, 그녀의 내적 생활은 하나님과의 합일된 삶을 살면서 A자의 표상이 능력 있다는 A(Able)의 상징으로 변한다. 반면 그녀의 비밀 애인 딤즈데일과 정체를 숨기고 사는 남편 칠링워스는 사랑받는 목사와 존경받는 의사로 그 사회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특권을 누리고 산다. 그러나 딤즈데일 목사의 은밀한 죄는 그의 정신과 육체를 갉아먹고, 스스로를 위선자로 경멸하며 하나님과의 평안도 누리지 못한다. 따라서 타인과도 편안한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칠링워스 역시, 아무리 학식이 많고 의술이 출중하다 해도 영적으로 피폐한 인간이다. 그의 복수심은 영혼과 인격을 파괴시키고 철저히 소외된 자로 살면서, 그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용서를 모르는 악마로 언급한다. 그런 그의 죄는 용서받지 못할 죄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그의 죄를 용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용서를 받아들이지도 회개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딤 즈데일 목사는 헤스터에게 말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인은 아니요. 타락한 성직자보다 더 나쁜 죄인이 있소. 저 늙은이의 복수심은 내 죄보다 더 시커멓소. 저자는 인간의 신성한 심장을 비정하게 범했지만, 그대와 나는 결코 그런 죄를 범하지 않았소."

『주홍 글씨의 예술적 구성은 뛰어나다. 고풍스럽고 무게 있는 문장스타일이 돋보이고, 낮과 밤, 야외와 실내, 사람들 많은 장터와 외진 숲속의 장면 변화는 명암을 통해 선과 악의 대조를 그려준다. 이 소설 구조의 결정적인 세 장면은 모두 처형대 위에서 일어난다. 이와 같이 주제적 의미를 플롯의 구도로 드러내 주는 예술적 균형미는 일품이다. 멜빌의 모비딕이 출현하기 1년 전에 나온 『주홍 글씨는 미국문학 최초의 상징 소설(symbolic novel)이다.

 

나다니엘 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