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데 마드리드의 목가

스페인 중세극 중에 완성도가 높은 카스티야 정치극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15세기 말 프란시스코 데 마드리드가 지은 목가가 있다. 목가라면 목동들이 주변이나 자신들의 신상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체 시인데, 당시 극이 서정시에 진 빚을 생각해 보면 이 작품 또한 극으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프란시스코 데 마드리드는 왕의 재정관인 알론소 페르난 데스 데 마드리드의 동생으로, 돈 후안 2세의 비서였다가 이후 가톨릭 양 왕(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의 비서가 되었던 인물이다. 그가 이 목가를 작성하게 된 배경은 프랑스의 나폴리 원정과 관계가 있다. 프랑스 샤를 8세(Charles VIII, 1470~1498: 1495년에 대군을 이끌고 나폴리를 원정해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프랑스에 이식하는 계기를 이루었다. 재위 기간은 1483~1498년이다)가 확장 정치의 일환으로 1495년에 권력을 로마까지 뻗치면서 당시 스페인 영토였던 나폴리 왕국을 위협하고 있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서로 평화협정을 맺고 있었지만 그가 평화를 위협하고 나오자 가톨릭 양왕 중 한 사람인 페르난도 왕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스페인군주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군주의 비서였던 작가가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43년에야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원고 첫 부분에서 작품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에는 연극으로 상연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목가에는 세 명의 목자들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에반드로로 그는 평화를 공표하고 평화를 지지한다. 또 다른 목동의 이름은 펠리그로(peligro: 스페인어로 '위험'이라는 뜻)로 프랑스 샤를 8세 왕 역을 맡고 있다. 이자는 에반드로가 공표하는 평화를 깨뜨리려고 한다. 나머지 한 사람은 포르투나도(fortunado: '행운아'라는 뜻)로, 돈 페르난도 왕 역을 맡고 있다. 이자 역시 펠리그로라는 프랑스 왕과 한판 전쟁을 벌일 생각이다. 두 왕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 입장을 합리화한다. 작품 마지막에는 노래가 있다.

이 작품은 1495년 봄이나 여름에 쓴 것으로 추정되며 스페인의 평화를 위협하는 외국을 의식하고 마드리드에 있었던 스페인 궁정에서 상연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작품에는 착한 목동과 가축을 위협하는 목동이 등장한다. 착한 목동이라면 당시 교황이었던 알렉산데르 6세(Alexander VI, 1431~1503: 제241대 교황으로 스페인 태생이다. 르네상스기 세속화한 교황의 대표로 호색과 탐욕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를 상징할 것이고, 스페인어로 '위험'을 뜻하는 ‘펠리그로 (peligro)'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왕은 평화를 해치는 자로 형상화 했다. 한편 스페인 왕인 페르난도는 신중한 인물로 형상화하고 있다. 당시 모든 궁정극과 마찬가지로 행위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은 적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종용하는 것을 보면(우리 모두 손을 모으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멘'이라고 합시다./ 당신들도 노래로 역시 그렇게 간구하시오. 질문처럼 대답이 되도록 말이오), 미미하게나마 내용을 행위로 장면 화할 수 있고 관객이 있고 대화로 구성된 텍스트와 무대가 있으므로 연극으로서 조건은 두루 갖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