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라 M. 라구소 '케윅스와 알키오네: 짧은 행복'
트라키아의 왕인 케익스는 사랑이 많고 다정한 알키오네를 아내로 맞았다. 둘은 특별히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 얼마나 금실이 좋았던지 결혼한 뒤로 한 번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케익스 왕이 중요한 일 때문에 꼭 바다를 건너가야 할 일이 생겼다. 알키오네는 남편이 떠나지 못하도록 갖은 설득을 다 해 보았다. 폭풍우 때문에 바닷가 모래 언덕에 난파된 배들의 잔해가 올라와 있는 것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의 임무는 희생을 요구할 때가 많은 법이다. 드디어 배가 항구를 떠났을 때 알키오네는 눈물로 붉어진 눈을 하고서 슬픈 얼굴로 오랫동안 파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징조가 좋지 않았다. 밤이 되자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산만큼 높은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케익스가 탄 불쌍한 배는 아주 작은 나무 조각처럼 파도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렸다. 돛도 찢어졌다. 모든 선원이 공포에 질려 한탄만 하고 있는 동안 케익스만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동했다. 적어도 아내인 알키오네는 안전하지 않은가. (알키오네가 남편을 너무도 끔찍이 사랑하고 존경한 나머지 제우스라고 불렀는데 그 무례함에 화가 난 제우스가 케익스의 배를 부숴 버렸다는 것이다)
여러 날이 지났다. 알키오네의 불안은 날로 커져갔다. 그녀는 밤마다 사랑하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헤라 여신에게 기도했다. 고통으로 가득 찬 그녀의 기도는 마침내 여신을 감동시켰다. 그래서 헤라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를 보내서 알키오네에게 남편의 죽음을 알려주도록 했다. 모르페우스는 케익스가 물에 빠질 때의 모습을 하고서 알키오네의 꿈에 나타났다. 그는 알키오네를 향해 두 팔을 뻗으면서 이렇게 외쳤다. “내 사랑, 나는 죽어요! 내가 저승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줘요.”
알키오네는 화들짝 놀라서 깨어났다. 그녀는 그 꿈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죽음이 그녀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간 것이다. 거의 미칠 지경이 된 그녀는 왕궁을 벗어나 절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어서 빨리 저승에 가서 사랑하는 케익스를 만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알키오네는 조수에 밀려온 시체 한 구가 파도 위에 떠있는 것을 보았다. 케익스의 시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 사랑하는 케익스!” 그녀가 외쳤다. 그리고는 곧장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지극한 사랑이 올림포스에 사는 신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신들은 알키오네의 몸이 차가운 물결에 닿기 전에 그녀를 한 마리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케익스의 시체로 날아가는 동안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케익스도 새로 만들어 주었다. 케익스는 단숨에 날아올라 창공에서 아내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금도 바다의 파도 위를 다정한 모습으로 평온하게 날아다닌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