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 원작 존 바턴, 케네스 카벤더 재창작 '안드로마케'

안드로마케는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의 부인이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한참 이후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어렵게 펼쳐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작품 내용을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미 다른 작품에서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이 두서없이 출현하는데, 그들이 왜 출현하는지를 알아야 작품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안드로마케는 남편, 자식을 모두 잃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전리품으로 배분되어 그의 노예로 헬라스 땅에서 살고 있다. 다음,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이야기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설명하고 있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다퉈서 아킬레우스가 전투에 나서지 않아 그리스군이 고전했고,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투에 나서도록 설득하기 위해, 메넬라우스는 자신의 딸 헤르미오네를 아킬레우스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와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트로이 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은 헤르미오네와 오레스테스를 결혼시키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즉, 헤르미오네는 두 남자와 결혼이 약속된 상태였다.

이 이야기는 안드로마케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트 여신의 신전에 피신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안드로마케는 네오프톨레모스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부인이 아니라 노예이다. 정식 부인은 메넬라우스의 딸 헤르미오네이다. 그런데 네오프톨레모스와 헤르미오네와의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현재 네오프톨레모스는 헤르미오네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간 상태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는 아버지에게 군대를 요청해서 첩과 첩의 자식을 죽이려 한다. 그러자 첩은 자식을 숨기고 자신은 신전으로 피신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바로 지금의 상황이다. 안드로마케의 아들을 잡아서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메넬라우스는 안드로마케와 그녀의 아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 이때 테티스 여신의 남편, 네오프톨레모스의 할아버지 펠레우스가 나타나서 그들 모자를 구해준다.
이때 오레스테스가 나타나서 헤르미오네를 만난다. 본래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레스테스는 네오프톨레모스가 자기의 여자를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델포이에서 그를 암살한다. 이렇게 복잡해진 사태를 테티스 여신이 나타나서 해결한다. 안드로마케와 그녀의 아들은 에페이로스 지방으로 가서 헬레노스와 결혼해서 살라고 한다. 네오프톨레모스의 시신은 델포이에 묻도록 함으로써, 델포이가 범한 죄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한다. 펠레우스는 신이 되어, 아들 아킬레우스를 재회한다.

트로이 전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안드로마케의 비탄과,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를 잃은 펠레우스의 비탄이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에우리피데스는 전쟁과 다툼으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재현했다. 여기에 진정한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욕망의 광기에 사로잡혀 고통받고 허망하게 사라진 인간들이 있을 뿐이며 이들의 절망과 허무, 고통과 상처, 비탄과 애도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