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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바우돌리노'

clint 2023. 2. 12. 13:00

 

 

에코는 『바우돌리노를 악한(惡漢) 소설이라 칭했다. 

바우돌리노가 천하에 다시없는 거짓말쟁이, 사기꾼이기 때문이다. 

바우돌리노가 비잔틴의 역사가 니케타스에게 자기의 모험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소설 역시 니케타스로 대표되는 진실과 바우돌리노의 거짓말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작품은 프리드리히리는 역사적인 인물 뒤에 바우돌리노 같이, 

역사에 남지 않은 인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토대로 전개된다. 

프리드리히의 이야기는 증명된 역사이지만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는 진짜일 수도 있고 허구일 수도 있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역사와 허구 사이를 왕래한다. 

바우돌리노는 프리드리히의 양자가 되어 그의 곁에서 전투를 같이 하고

요한 사제의 편지를 가짜로 만들어 프리드리히가 사제의 왕국을 찾아 떠나게 한다.. 

프리드리히는 사제의 왕국에 도착하기 전 킬리키아의 강물에서 익사를 한다. 

모두 프리드리히가 익사했다고 믿는 진실의 이면에는 암살이라는 거짓이 숨겨져 있다. 

암살범에 대한 추리와 마지막 반전은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재미일 것이다. 

과연 프리드리히는 암살된 것일까, 익사한 것일까? 암살당했다면 그 범인은?

 

니케타스는 비잔틴이 불타오르던 며칠 동안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 이야기를 자기가 집필하는 역사에 기록하지는 않는다. 그게 사실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은 독자들 역시 니케타스처럼 바우돌리노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알려면 모든 역사를 자세히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에코는 말한다. 

결국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라고 믿는 그 사건들 틈새에 끼워 넣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거짓말에 대한 변명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에코는 유토피아에 대한 변명이라고 대답한다.

<콜럼버스는 지구가 아주 작다고 잘못 생각했기 때문에 실수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상상을 따라갈 때에만, 대륙을 정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우돌리노가 평생 찾아다녔고 나이 예순을 넘긴 다음에도

다시 길을 떠나게 만드는 요한 사제의 왕국은 결국 우리의 상상 속에 사는, 

희망이나 꿈이라고 부르는 것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