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환 '살거나 견디거나 죽거나 헛되거나'

<살거나 견디거나 죽거나 헛되거나>란 제목이 무척 철학적이란 느낌이 드는 이 작품은 베트남 파병에서 돌아온 한 군인이 결혼하고,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한 증상이 딸에게 대물림되어 20여 년간 의사들도 손을 못쓰는 희귀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그보다 먼저 아내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거라며 자살하고, 아빠가 딸을 간호하다가 결국 아내와 딸을 저승에서 만나는 것으로 끝난다. 남자는 가족을 6. 25때 전부 이북에 놓고 피난 온 처지라 튼튼한 몸에 일찍이 군에 입대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해 월남파병에 나선 것이다. 그 월남에서의 장면도 나온다. 수색작전 때 적의 기습으로 분대원이 죽고 몇 명이서 동굴에 피신 중이었는데, 정상병이 다리에 총상으로 위급하고, 베트콩의 기습으로 언제 공격받을 줄 모르는 상황에서 고통을 참지 못하는 정상병에게 모르핀 과다 투여를 분대장인 남자가 지시한 것이다. 분대원인 유 상병은 극구 반대하나 분대장은 설득시킨다, “자신이 책임진다. 이래야만 모두 살 수 있다고…” 그 후 30년이 흐른 어느 날, 남자는 딸 병간호 중인 산골 집으로 가는 도중 정상병을 만난다. 휠체어를 타고 있다, 죽기 전에 분대장을 꼭 보고 싶었다고 하나… 분노의 표정이다. 그는 얼마 전 죽은 유 상병을 통해 분대장과 당시 상황을 모두 안다고 한다, 월남에서의 그 작전에서 명예롭게 죽지 못하게 왜 자신을 살렸냐며 남자에게 다그친다. 그는 모르핀 중독과 알코올중독으로 거의 폐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분대장에게 하소연하는 것이다. 남자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모두 살려고 했는데…

작가의 글 - 윤교환
인류가 형성되고 인류는 자국의 영토를 넓히는 수단으로, 자국의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루어 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민족적인 이유로, 정치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전쟁이 그칠 날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린 그 전쟁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왜 그들이 전쟁에 휩싸여 총을 들고 싸워야 했고 무엇 때문에 죽어갔는지에 대해선. 우리에게도 그런 무관심속에 이젠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듯한 전쟁의 역사가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경제적인 풍요로움. 그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된 전쟁이 있었으니 미국을 대신하여 싸운 서러운 대리전, 월남전이 그러하지 않은가! 이 작품을 통해 죽는 그 순간까지도 전쟁의 아물지 않은 비극을 개인의 불행으로만 끌어안고 살 아야 했던 한 남자와 그의 가족을 통해 그 의미를 묻고 싶었다.
"국민은 국가의 보존과 안녕을 위한 노력의 의무가 있고, 개인 스스로는 고귀한 삶을 영위할 권 리가 있다. 또한 국가는 국가의 보존과 안녕을 위해 국민을 통제할 권리가 있고, 그 국민 모두에게 고귀한 삶을 영위케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그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 국가의 미래는 단언코 없다."

윤교환 :
1993년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주요공연작
2008 <굿바이정글> 제26회 경상남도 연극제 (창원성산아트홀 소극장)
2008 <굿바이정글> 경남 예술제 무대지원공연
수상경력
1995 2000만원 고료 국민일보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
200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학 정보화 사업 '희곡 작가' 부문 선정
2003 제5회 옥랑희곡상 '신화설화' 부문 수상
2005 제17회 거창국제연극제 세계 초연 희곡 공모 우수상
2008 제26회 경상남도 연극제 극단 입체 '굿바이 정글' 출품 공연 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