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황나영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

clint 2023. 2. 1. 17:28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 황나영 작으로 서울미래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2022 11 공연되었다.

특히 작품은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 의식을 공감 있게 그려냈다 평으로 대상을 받았다.

 

 

지구 온난화로 벌이 멸종한 미래.

드론 벌의 등장으로 인류는 어설프게 살아남는다.

농업은 서진 과수원 8년차 인간 벌 은하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 벌이 나타난다.

거기에 농장주 아들이자 남자친구인 서진은 농장을 드론 기업에 팔겠다고 나선다.

자동기계화로 대체된 가운데 서진 과수원은 기계가 닿지 않은 유기농 복숭아를 지켜가고 있다.

과연 최후의 유기농 복숭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 지켜내야만 할까?

 

 

작품은 기후 위기로 인해 벌이 멸종한 이후드론 벌이  역할을 대신하게  세계에서 인간 벌이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서진과수원”에 취직한 흙수저 은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은하는 과수원 사장인 도희의 아들 서진과 연애를 하게 되는데서진은 은하에 비해 과수원의 일에 관심이 없으며오히려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 신기술을 적용한 드론 벌을 통해 인간 노동―수분(受粉)―이 투여된 생산물의 맛을 재현할  있게  거라는 기술적 사실에 매료된 상태가 된다이는 가업을 포기하는 것으로까지 연결되는데 부분에서 어머니 도희의 갈등은 뚜렷하지 않으며도희와 서진과의 갈등 역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드론 벌이 닿지 않은 유일한 나무를 보존하는 역할은 새로 들어온 민지와 은하의 몫이 되며그에 따라  나무는 인류 최후의 비의적 존재가 된다민지의 바람이 자신의 애인인 예리에게 주고자 하는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에 대한 자본주의적 열망―거기에 사랑이 결합한 형태―이라면도희는 자신의 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지―그것은 외부의 척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이며그것은 사라지는  자체의 보존을 염원하는 어떤 근원적인 차원의 인간이 지닌 아카이브적 열망으로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노동을 갈아 넣는 방식의 서진과수원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세계가 비판적으로 가져가야  부분이지만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완벽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 역시 경계해야 함은 명확하며이작품 역시 이러한  가지 문제의식을 전제하고 있다반면은하와 민지의 ‘순수한’ 나무에 대한 보존이 인류를 사유하는 숭고함을 동반한 행위로   있는지 그것이 어떤 다른 미래를 가져올지도 명확하지 않다―그리고 그것은 실패로 장식된다여기서 미래가 막막한 현세대의 정서에 공감하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그들이 투여할  있는 어떤 환상을 제조하고 있는 것에 머무는  아닐까인간 노동 가치의 산출은 은하라는 예외를 통해 질문되지만 동시에 기각당한다거대 기업의 자본력은 모든  집어삼킨다그에 관한 비판과 최후의 노동을 하는 인간 존재의 가치는 양립한다그것은 무력한  개인아니  개인에게 무력하게 맡겨진다 이러한 양립을 비집고 가로지르는 어떤  다른 이념은 존재할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