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은숙 '정인(情人)'

clint 2023. 1. 31. 21:54

 

 

최혁인, 서른여섯의 이혼남이다. 10살난 아들 동협과 함께 산다.

가끔 군인 22, 관광객 8정도로 나오는 엑스트라 영화배우다.

이정인, 서른 동협의 담임 선생님이다. 참하면서 헤픈 여자다.

혁인과 정인은 학부모면담을 하면서 첫눈에 반한다.

만난지 20 만에 금반지 하나를 던지며 청혼을 하는 혁인.

둘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다.

 

 

혁인은 집에서 가사를 돌보고 정인은 사회생활을 한다.

운전도 못하고, 못도 박는 혁인. 요리책에 있는 '갖은 양념' 상표이름인 아는 정인. 하지만 둘은 너무 행복하다. 혁인은 정인을 위해 김치 순두부찌개를 맛있게 끓일줄 알고, 정인은 매니큐어로 혁인의 손톱에 예쁜 꽃을 그릴 안다.

그렇게 3년이 흐른다.

어느 겨울날 저녁, 혁인에게 배달된 편지 한통....

정인을 울리지 않으려는 혁인의 아픈 사랑. 사랑이 눈물겨워, 결국 울고 마는 정인.

깜깜한 어둠을 향해 가는 혁인과 정인의 ...

 

 

동행할 수 없는 여행길을 아프게 배웅하는 여자와,

웃으며 떠나는 남자의 눈물. . 사랑 이야기다.

2001년 얼아리 극단에서 윤영선 연출로 초연.

많은 관객들로부터 웃음과 눈물이 범벅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작가의 글

참 맑은 가을 아침이었는데, 운전수와 나, 둘 밖에 없는 13번 버스 우측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우연히 음악 듣다가 아주 잠깐 신문을 펼친 것뿐인데.. 하필, 그걸 봤을까. 누군가의 작별인사를….. "여보, 당신이 남은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꼭 행복해야 해. 난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할 거다.” -제르미 글릭; 세계무역센터 충돌 UA-93편 탑승 충돌직전 부인과의 마지막 작별인사, 그 작별인사 때문에 그 여자가 생각났다. ‘그 여자 살아 있을까? 살아 있겠지하고.  3달이었나 4달이었다. 난 그 여자와 그 남자의 함께 살았다. 그들과 사는 내내 거짓말만 늘었다.

안 울어요.’ ‘안 아파요’ ‘안 미워요.’ ‘그러니까 헤어져요’ ‘따뜻하게..’ 거짓말, 따뜻한 헤어짐이라니...내가 그들을 떠났는지, 그들이 날 떠났는지...

참 맑은 가을, 혹은 겨울, 어쩌면 봄날 아침. 운전수와 나, 둘 밖에 없는 13번 버스 우측 창가에 앉아 그 여자 이야길 들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풍문처럼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가슴이 뭉클 이어졌으면….

그걸 핑계삼아 많이 울었으면….

김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