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범철 '수박등 아이들'

clint 2023. 1. 30. 10:07

 

1980년 광주 남구 월산동 수박등 인근에 살았던 아이들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엄혹했던 당시부터 ‘수박등 아이들’ 쇼케이스가 그것으로, 실제 겪은 이야기가 토대가 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의 2018 ACC 스토리 공모사업 최우수상 수상작인 ‘수박등 아이들’(원안 조홍준)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1980년 광주 ‘수박등’(월산동)에 살았던 아이들이 실제 겪은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동네라는 울타리에 의해 은폐됐던 세상의 비극을 접하고 마주하는 과정 중 서로의 상처와 힘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글 정범철

「수박등 아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된 이야기입니다. 몇 해 전, 광주에 있는 아시아문화전당으로부터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광주시민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바탕으로 극작가 몇 명에게 희곡을 의뢰한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수박동이라 불리는 광주에 실재하는 지역을 배경으로 소문으로만 전해오던 이야기를 맡아 쓰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이 희곡이 완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수박등 아이들」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1980년 광주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디어를 주신 광주 시민분의 글에 의하면, '안테나 산이라고도 불리는 그곳 수박등은 분지처럼 움푹 팬 낮은 산으로 온갖 곤충과 자연의 학습장이며 나무와 숲이 우거진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었습니다. 때론 불량 청소년들이 몰래 술, 담배를 누리는 아지트이기도 했고요 그 근처인 쓰레기를 모아 파는 넝마주이도 살았는데 노숙자 같은 형색 때문에 아이들은 상목이"라 부르며 무서워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위기에 처했을 때 상목이 아저씨가 아이들을 도와주고 이들은 마음을 열고 상목이 아저씨와 친해집니다. 그리고 1980년의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수박등까지 도망친 운동권 학생을 돕던 상목이 아저씨는 군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 모든 일들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상목이 아저씨의 행동과 군인들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분명히 학교에서 군인들은 우리나라와 내 가족, 우리를 지켜준다고 배웠는데 넝마주이 아저씨는 우리를 도와주고 친절했던 고마운 사람이었는데 군인들은 아저씨를 왜 때렸으며 아저씨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희곡을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아이들은 자라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는 상목이 아저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겠지? 그리고 군인들이 안 그랬는지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