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마누엘 루트겐홀스트 '시간의 그림자'

clint 2023. 1. 24. 13:14

 

 

『시간의 그림자』는 독일출신 연극 연출· 무대미술가인 루트겐홀스트의 작품으로 동양의 노장 철학· 불교 철학을 주제로 하면서도 정치· 환경 등 사회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 철학적 연극이다.
루트겐흘스트가 직접 연출을 맡았으며 동양철학자인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와 극단대표 겸 연출가인 손진책씨도 함께 연출을 맡았다. 「이미지 연극」 이라는 실험적 표현형대는 「철학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직감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시각적 효과가 강조돼 영상과 슬라이드가 동원되며 기존의 천장조명과 다른 여러 각도의 빛이 사용된다. 영상이나 슬라이드의 화면 역시 추상적 메시지를 담기 위해 별도로 제작,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무대를 장식한다. 분장· 의상 등도 시간적 이미지를 강조하며 안무와 연기 역시 상징적이며 강력한 느낌을 준다. 작품은 1부 「꿈」, 2부 「기억」, 3부 「중용」으로 구성해 각기 독립적이며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졌다

 

 

작가 및 연출의 글 - 마누엘 루트겐홀스트

1984년이었다. 내가 사토오 소메이의 음악을 명명하였고, 이 오페라는 1985년 뉴욕의 고색창연한 성 안느 교회의 무대위에서 들었을 때였다. 그 음악은 나의 몸속에 수없는 이미지를 그려 놓았다. 이것이 바로 시간의 그림자』의 시작이었다. 그의 음악에서 여섯 개를 골랐다. 6개의 연결은 우주의 창조, 그리고 자멸을 향한 인간의 파괴적 본능의 이미지들을 구상화시켰다. 우리는 이 이미지 오페라를 성스러운 시간을 통한 여행이라고 상연되었다. 우리의 프로듀서인 수산 펠트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1987, 같은 팀이 바로 그 교회무대에서 무용극 스타트 마터(Stabat Mater. 13세기 작품)를 초연하였다. 백명의 아이들, 40명의 합창. 그리고 한 명의 소프라노가 동원되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전쟁과 기아에서 아기를 잃어버린 모든 엄마의 슬픔에 바쳤다. 나는 상기의 두 작품을 연결시킬 수 있는 제3의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디어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Parable of the Cave)로부터 왔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극화 시킴으로써 제3의 작품을 탄생시키고, 이 제3의 작품은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구현함으로써 상기의 두 작품을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이 3부작 (Trilogy)의 구상이 탄생된 것이다.

비교적 이해하기 어려운 이 작품을 한국의 관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만들기 위하여 나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고집하였다 나는 한국 음악장인들이 벌리는 시나위의 즉흥성, 그리고 "산조"의 자유로운 스타일은 어설픈 서양음악이나 유사서양음악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고, 훨씬 더 본연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한국인들 자신의 "현대성"을 전통을 통하여 창출할 줄 알아야 한다. 음악가 김영재교수와의 만남은 이러한 나의 소망을 수월하게 실현시켜 주었다. 관객들은 김영재교수의 통찰을 통해 자신의 과거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으면 한다. 이 작품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곱나라에서 그들의 삶의 환경(문화)과 철학의 고유한 맥락에서 각기 "깨달음” (Awakening) 즉 해탈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하는 것을 보기 위한 실험정신의 두번째 구현이다. 나는 이 작품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하여 창조하고 있는 문명의 삶의 조건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각 관객들에게 제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미추극단의 단원 전원에게 감사한다. 잘 훈련된 팀워크, 미추를 지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너그러운 이해 그리고 나의 생소한 연출을 감내하는 인내심에 감사한다.

 

마누엘   루트겐홀스트

 

번안극본 및 연출 김용옥

나는 말한다. 이 작품은 해탈을 추구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성패는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 자신이 해탈되어 가는(벗어 던지는) 과정에 달려있다. 무대 그 자체가 하나의 해탈의 과정이어야 한다. 해탈의 결과를 관객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말한다. 이 작품을 대하는 나의 심정은 자랑스럽다. 공동연출인 마누엘과 나, 그리고 손진책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미추단원 모두가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다. 회의도 많았고 고통도 많았고 이해의 상층도 물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과연 해탈되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그 해탈의 "과정"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과에 상관없이 이 작품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진지한 자세에 감사한다.

 "역사의 진보에 아부하는 것이 민주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는 모든 진보의 가능성을 포용한다.

우리에게 죄 지은 진리를 용서하여라."

김용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