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희경 '사랑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극적 소고'
clint
2023. 1. 17. 21:34
무대는 지방 소도시 5층 건물의 옥상이다. 이 건물의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다.
이 건물 4층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남자와 20대 중반의 여자가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러 왔다가 만난다. 남자가 라이터를 빌려 달란다. 그런데 남자는 담배를 안 피우고 이리저리 횡설수설한다.. 남자는 3차 백신을 맞았고 부작용인지 헛소리를 하고, 여자는 야근이고 일이 바빠 내려 가려는데 옥상 문이 안 열리고…. 남자는 횡설수설한 와중에도 여자에게 그동안 여기서 계속 보면서 남몰래 사랑해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백신을 맞고 다시 여자를 보니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다. 여자는 당황스럽기만 하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려 하고, 마침 문이 열리고 여자는 나간다.
남자의 사랑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극적 소고란 제목같이 사랑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극적이다.
작가의 노트
이 극에서 배우는 주로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흡연은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흡연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이상하리 만치 전염효과가 있어 객석에 앉아있는 흡연자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자칫, 안티백서의 극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기 바란다. '작용에 의한 부작용'이라는 초유의 감각에 대한 수고로운 (어쩌면 인위적인) 은유로, 이 극은 성립되어야 한다. 대개의 희곡이 그러하듯, 이 극은 아이러니를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