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춘근 '로키산맥, 캐나다'(단막)

clint 2022. 12. 22. 07:16

 

캐나다 로키산맥 부근 외딴 마을의 작고 허름한 가게. 주유소와 편의점식당을 겸하고 있다.

입간판에 Morning Special-2 Eggs, Bacons, French toasts. Weekdays Only. $9.99

이곳에 등산복 차림의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저 멀리서부터 간판을 보고 찾아왔다는 남자.

남자는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모닝 스페셜을 주문한다. 하지만 주인은 주말엔 간판을 치워야는데 주말엔 주방장이 휴무란다. 미안해하는 식당 주인. ... 그렇습니까... 안되는 거군요... 남자는 대단히 실망한 표정이다. 그러다가 정말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제가 정말 저게 먹고 싶거든요.. 하면서 식당 주인을 조른다. 따따블로 준단다. 먹을 걸 내놓으라는 필사적인 여행객와 진짜 그 음식이 없는 식당 주인의 결말은 어떤 것일까 하고.

 

그런데 정말 이야기의 방향이 의외로 나간다.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이 먼 곳까지 온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모닝 스페셜을 먹으면 배가 부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에 식당 주인은 자신도 전에 이 식당에서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때 이 식당의 주인이었던 사람은 자신에게 모닝 스페셜 대신 이걸 주었다면서 남자에게 커다란 메이플 캔디 통을 내민다. 캔디는 이미 그때 다 먹어버렸지만 어쩐지 통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서 식당 주인은 남자에게 빈 통에 가지고 있던 사탕 메이플 캔디를 넣어준다기러기 아빠였을 식당 주인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행자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그리워 결국 캐나다에 왔지만 지금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된 거다.

식당 주인이 말한다. '뭐가 된 건 아니어도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죠'라고. 한다.

아마 사탕이 가득 든 쿠키 통을 든 남자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마지막엔 아마도 이 여행객이 메이플 모자를 쓰고 여기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