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김말봉 선생님을 문학계에서 표현하기를 유니크한 존재였다고 한다. 1930년대 문학계에선 평판에 좋지 않는 유니크한 소설작가였다는 평가를 남겼다. 그러나 김말봉 선생님은 뚝심이 있었다. 여자의 심리적인 마음으로 대중 독자들에게 전달해줬고, 해방 이전에 소설을 일본어로 쓰는 걸 거부하고, 한국어로 쓰겠다면서 글쓰기를 중단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럼 먼저 막장드라마 소설을 만들어냈던 김말봉 선생님의 소설 작품들을 나열하면
- 광복이전 (사람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애욕 문제 초점)
1932년 단편소설 망명녀(문단 등단)
1935년 단편소설 고행, 장편소설 밀림(저널리즘 스타로 만듬)
1937년 장편소설 찔레꽃 (통속소설이 저널리즘과 영합)
-광복 이후 (애욕 문제와 동시에 사회 문제 초점)
1947년 : 장편소설 카인의 시장(화려한 지옥)
1952년 : 장편소설 태양의 권속
1954년 : 장편소설 옥합을 열고, 장편소설 바람의 향연
1956년 : 장편소설 생명
1960년 : 단편소설 이브의 후예

그렇다면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에서는 세 가지 작품으로 구성이 되었는데 맨 먼저 단편소설 고행이라는 소설 작품으로 첫 스타트를 했는데 스크린에 보이는 배경들이 매우 인상 깊었다. 벽장에 숨은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남편을 유혹하는 기생 미자와 기생 미자의 유혹으로 아내 몰래 연애하고 기생을 누이라고 속이는 남편, 아무것도 모르고 남편의 말을 믿고 기생 미자를 누이로 알고 아우라고 하는 아내의 삼각관계가 이어진다. 어느 날 아내에게 일한다고 거짓말하고 남편은 기생 미자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찾아오면서 벽장에 숨었던 밤의 고행에 대한 줄거리다.
두 번째 작품은 김말봉 선생님의 대표작인 찔레꽃이고 주인공은 안점순이며, 가정교사이다.
안점순에겐 좋아하는 정인이 있는데 바로 이민수다. 어느 날 조만호의 집에 가정교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조만호의 딸 경애를 만나면서 찔레꽃으로 우정을 쌓게 된다. 침모가 안점순을 조만호에게 중매를 하겠다고 하면서 이민수와 안점순의 불화의 오해가 일어나게 되었다. 경애가 말을 타다가 이민수가 구해주고, 경애에게 청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조만호의 아내가 죽었고, 침모는 조만호에게 속이고, 침모 자신의 딸을 안점순으로 속이게 되는데.... 찔레꽃은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마지막 작품은 김말봉 선생님이 해방 직후에 만든 소설 ‘화려한 지옥’(전 제목은 카인의 후예)이라는 작품이다. 화려한 지옥의 내용은 오채옥이 주인공이며, 황영빈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게 된 스토리다. 오채옥은 기생이지만, 대학생 황영빈의 아이를 갖게 되고 낙태하려고 약을 먹이려고 하지만, 약을 토해낸다. 황영빈은 백송희라는 여대생과 열애를 하였고, 관계를 하였지만, 백송희가 매독에 걸리게 된다. 채옥은 공창 폐지위원회에서 백송희를 만나고, 곧이어 황영빈이 오게 된다. 채옥이 영빈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자 송희는 화가 났고, 영빈을 만나고서는 권총을 쏘게 되는데..
3작품 중에 화려한 지옥은 가장 무겁게 다가왔지만 드물게 해피엔딩이다.
김말봉 선생님의 작품에서의 해학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대중성으로 몰입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을 썼다고 생각하니 현대 드라마로도 풀어낸다면 높은 시청률 20% 이상의 드라마 같은 소설의 작품이었지 않았을까>

작가의 글 – 정안나
'김말봉이라는 세계'를 발견하고, 연결하다.
김일봉, 그 이름도 경쾌하고 유니크한 이를 우리는 잘 모른다. 1930년대 전문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멜로드라마의 대모, 김말봉, 그의 대표작 <찔레꽃>은 1937년 3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찔레꽃>의 연재를 하루만 걸러도 항의 전화와 편지가 쇄도할 정도로 당대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김말봉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제대로 들어본 적조차 없는 걸까?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서 지운 사람들은 누구일까? 망우리 공원에 잠들어있는 수많은 문화예술인 중 여성의 수가 극히 드문 것처럼 그도 여성이어서 지워져버린 것일까?
김말봉이 남긴 작품들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을 만큼 그는 쓰고 또 썼다. 살기 위해서 썼고 쓰지 않고는 못 배겨서 썼다. 식민지 시대와 해방기의 환난 속에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어머니로서 고군분투했을 그를 상상해본다. 매일매일 써도 끝나지 않는 글쓰기에 '원고지만 보면 치가 떨린다'고, '글 쓰는 일이 원수스럽다'고 했던 김말봉, 그의 주옥같은 언어들을 하나둘씩 길어내며 2021년, 김말봉을 재발견했고, 2022년, 그의 이름을 더 소란스럽게 외쳐보려 결심한다. 그의 모든 작품이 완벽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가 살던 시대는 모순의 시대였고 사방이 막힌 오래되고 낡은 시대였으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그를 더 기억해야 한다. 그가 맞서 싸웠던 흔적들이 지금의 우리를 살게 하고 숨 쉬게 하는 소중한 시작이었으니까.
2021년 12월, '망무열전 (중랑문화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 합작, 낭독극 프로젝트)을 계기로 발굴되어, 2022년 산울림 고전극장의 '우리 고전, 우리 문화의 힘을 통해 공연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통해 김말봉 선생의 뜨거운 삶과 작품을 재발견하길 바란다. 1930년대에도 파격적이고 획기적이었던 김말봉의 원조 멜로드라마를 2022년의 연극으로, 동시대의 감수성으로 일깨우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마음과 노력이 간절하게 깃들었음을 부디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나날이 흐려지던 김말봉을 선명하게 복원해낸 진선영 교수님과 인문학의 소명을 묵묵히 지켜 내고 있는 소명출판사의 모든 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보아주는 이가 없어도 홀로 피어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향기를 보내주는 찔레꽃'은 진정 그분들이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