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 '포에버(FOREVER)'
고아로 자라나 자수성가로 성공을 이룬 정우. 그는 어느 날 약혼녀 연희의 외도를 알게 되고 그 충격에 길을 헤매다 교통사고로 죽는다. 한꺼번에 닥쳐온 혼란 속에서 아버지의 영혼과 만난 정우는 영혼에도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희가 자신을 배신한 이유를 알고 싶어 다시 이승으로 내려온 정우는 생전에 단골로 출입하던 비디오가게 주인인 소리의 도움을 받아 연희와의 접촉을 시도한다. 결국 소리를 통해 연희가 자신을 배신한 이유를 알게 되고 더 이상 이승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정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소리와의 시간이 점점 편안해짐을 느낀다. 잊었던 지난 추억을 얘기하고, 서로 티격태격하며 어느새 친해진 두 사람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잊은 채 점점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가까이하게 된다. 그러나 저승의 법칙을 어기고 이승으로 내려온 정우의 영혼은 점점 소멸되어 가는데...
사람은 누구나 죽고 이별을 겪는다. 하지만 누군가 그 사람을 잊지 않은 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은 죽은 게 아니라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게 아닐까? 또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사랑을 경험했다면, 행여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인생은 후회가 없을 것이다. 세상을 원망하며 죽은 한 남자의 영혼이 한 여인을 만나 사랑하며 자신의 지난 삶과 그 삶 속에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혼을 뛰어넘는 참된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다.

내가 아는 한 선생님은 어렸을 때 가족들이 죽는 일을 겪은 후, 평생을 이별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죽음은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이기에,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너무나 큰 슬픔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은 영혼이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 이야기들을 자꾸만 만들어 내는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죽은 이를 기억하고 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다면, 그 사람은 죽은 게 아니라 기억 속에서 살아있는 게 아닐까요? 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습니다. 만약 죽은 영혼이 나를 찾아온다면? 만약 내가 그 영혼과 진정으로 소통하게 된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건 아니건 간에, 그 소통은 서로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 줄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죽음도 넘어서는 거라고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