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숙 '화려한 휴가'

clint 2022. 11. 25. 14:06

 

 

19805, 광주.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와 단둘이 살아간다. 대학 법대에 진학 하려는 우등생 진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그런 동생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민우. 그녀와의 조그마한 작은 일상조차 너무도 소중한 하루하루다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무고한 시민들이 총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동생 진우가 군인들의 총에 쓰러지고 그 죽음 앞에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민우. 민우는 싸울 것을 결심하고 총을 든다. 퇴역 장교 출신 흥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시민군들은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간의 사투를 시작 한다. 민우와 신애의 사랑은 운명적으로 깊어만 가지만 결국 민우 또한 폭도로 몰려 죽음을 당한다.

다시 무대는 망월동. 신애 노래한다. 모두 역사의 희생자! 그들의 노래가 만나 악수가 되고 포옹이 된다.

사랑한다는 말 이제야 하는 말 사랑한다는 말 너무 늦은 고백‘ 

꽃바람 속에서 슬픔을 모두 벗고 하늘소풍을 떠난다. 모두의 희망을 노래한다.

 

 

1980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어언 40년이 넘었다. 당시의 생존자들은 '살아남은 것이 죄스럽다'고 말하지만 그러는 동안 한 사람이 태어나서 직장을 잡고 결혼하고 자리를 잡을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바뀌고도 세 번이나 바뀌었을 시간이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5.18을 단지 가슴 아픈 역사적 기억으로만 머물러두는 것이 아니라 성숙의 완성, 미래를 위한 전환점이라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픔뿐이었던 우리의 역사가 문화예술작품으로 새롭게 승화된 것이다. '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장면은 계엄군과 시민군이 하나 되어 '하늘소풍'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과거의 시대적 요구는 죽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역사적 기억에, 과거의 상처에 꽁꽁 묶여 한 걸음 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화려한 휴가'는 그런 의미에서 "살아남은 자의 도리"이자 "용서를 배우고 사랑을 배우는 공부"가 된다. 지나간 상처는 훌훌 털고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과거를 되살리되 희망찬 미래로의 도약이 필요한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