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승애 'ㅅ과 ㅂ 사이'

clint 2022. 10. 7. 09:47

 

 

줄거리

옆집 이웃인 두 사람은 단어를 잃어버렸다는 비밀을 공유한다. 혼자서는 욕도 못하게 된 민과 윤은 공터에서 만남을 가진다. 잃은 말들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ㅅ과 ㅂ이 들어간 단어가 불러오는 개인적 의미를 떠올려본다. 이들이 찾으려던 단어는 세계, 사실, 시간, 선택, 바람, 비밀, 이다. 한 명이 단어를 제시하면 다른 한 명은 그 단어가 자신에게 미치는 개인적인 의미를 떠올리는 방식으로 단어를 찾는다. 민은 성 정체성으로 인하여 가족 내에서 겪은 상처를 생각한다. 한편, 자신의 이름도 발음하지 못하게 된 윤은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놓이게 된다. 개인적 경험을 떠올리는 과정을 통해 심경이 혼란스러워진 민은 잠수를 타버린다(회피). 이로 인해 민과 윤은 갈등을 겪는다. 민과 윤은 자신들이 단어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유를 추측한다. 윤은 엄마와 둘이 살아오며 엄마가 늘 잘하라는 욕망을 강요했던 경험을 고백한다. 선택이라는 단어와 고르기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하던 윤은 단어의 모양이 다를 뿐이다. 나의 모양을 찾으면 된다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가 인상 깊었다. 잃어버림을 인정한 민은 외국으로 떠나고 한국에 남은 윤은 편지를 통해 소통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잃어버림을 자각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내면과 조우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 상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그것을 떠올리는 과정 자체를 두려워하여 발화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들도 그런 것이 아닐까? 단어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사회에서 정상이 되기 위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신의 내면을 돌보지 못했던 두 사람이(어쩌면 대부분의 현대인이) 자음을 잃어버린다는 상징을 통해 일련의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들 삶의 궤적을 되짚고, 새로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정승애

 

''을 잃어버린 윤과 ''을 잃어버린 민의 이야기. 매주 토요일 저녁, 그들은 자신의 자음을 찾기 위해 공터에 모인다. 그들은 잃어버린 ㅅ과 ㅂ을 찾을 수 있을까? 낱말을 구성하는 자음을 잃어버린 것인지 그 자음이 들어간 낱말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인지 세팅에 대한 부가적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자음을 잃어버려 두 배역을 맡은 배우는 실제 공연에서도 ㅅ과 ㅂ을 발음하지 못한다.

 

의 연대를 중심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불안정한 청춘들의 심리를 그리며 서술 방식의 참신성이 돋보였다. 문자와 의미, 말에 대한 유희적 은유를 극한으로 끌고 간 대담한 설정이 신선했다. 그럼에도 작품의 기둥이 되는 관념과 감정이 금지언어를 넘어, 극적 사건으로 구체화 되었더라면 더욱 연극적인 확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