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입과손 스튜디오 '스토리 인 아시아'

clint 2022. 8. 14. 20:26

 

 

아시아권 설화를 엮은 책 백 개의 아시아에서 입과손 스튜디오는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이 두 개 국가의 실화를 원작으로 채택하였다. 각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과 소녀가 남자 또는 여자로 성장하는 데에는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지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원작은 권선징악, 주어진 삶의 순리에 순응하는 대도 등 고전적인 설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교훈적 가치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입과손 스튜디오는 이전 세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지혜라는 큰 주제 아래, 주인공 '소년', '소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지를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한국의 전통음악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미얀마의 전통음악인 '가믈란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이국적이면서도 이야기와 잘 맞물리는 리듬을 개발하였다. 또한, 하나의 이야기를 두 명의 소리꾼 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다인화자' 기법을 채택하여 더욱 폭넓은 형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얀마 이야기 <네 개의 꼭두각시>

꼭두각시 인형을 만드는 장인의 아들 아웅은 아버지와 같은 삶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찾아 먼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네 가지 꼭두각시를 주며 각기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지혜, , 지식, 선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지식과 힘은 언제나 지혜와 선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건네준 꼭두각시 인형들을 가지고 길을 떠난 아웅은 밀림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곳이 안전한지 지혜의 꼭두각시에게 물었다. 그러자 꼭두각시는 이곳은 맹수들이 사는 밀림이라고 알려주었고 그 지혜 덕분에 그는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 잠을 잤다. 다음 날, 그는 수레 가득히 재물을 싣고 가는 상인들을 보자 그는 힘의 꼭두각시에게 자신도 그들 같은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꼭두각시는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고 대답하며 산사태를 일으켰다. 상인들은 수레를 버리고 도망갔고 그 보물들은 모조리 아웅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수레 사이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아웅은그 여자에게 금새 반해버렸다.

그러나 도망간 상인의 딸이었던 그 여자(말라)는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아웅을 거부하며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차갑게 대했다.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말라를 데리고 도시에 도착한 아웅은 지식의 꼭두각시에게 보물들을 이용하여 재산을 불리는 방법을 물었고 꼭두각시는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는 자연의 비밀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아웅에게 어떤 땅이 농사에 적합한지, 금과 은이 많은지 알려주었다. 아웅은 꼭두각시의 도움으로 큰 돈을 벌었고 자기와 말라를 위한 큰 궁궐을 지었다. 하지만 말라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말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말라 아버지를 찾아 재물을 나눠주겠다고 결심하고 마지막 남은 꼭두각시, 선을 상징하는 그 꼭두각시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꼭두각시는 진정한 행복은 재물이 아니라 그 재물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말해주었고, 그제야 아웅은 자신의 아버지가 지식과 힘은 오직 지혜와 선으로 써야 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 후, 아웅은 자신의 재산을 좋은 일에 쓰기 시작했고, 다시 만난 말라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장인은 그를 용서했고 아웅은 필요할 때마다 꼭두각시들을 꺼내 자문을 구하곤 하며 말라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인도네시아 이야기 <티문마스>

인도네시아의 숲속 마을에 아이가 없는 농사꾼 부부가 살았다. 매일같이 아이를 갖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던 어느 날, 근처를 지나가던 거인이 기도 소리를 들었다. 거인은 나중에 아이가 열일곱이 되면 자기에게 데려오는 조건으로 오이씨 하나를 주었고 부부는 거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거인과 약속을 하고 오이씨를 받아들었다. 오이씨를 심고 정성껏 가꾸자 이내 열매를 맺었고 딱 하나 열린 오이 속에서 아주 예쁜 아이가 태어났는데, 부부는 이 아이에게 티문마스 <황금 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무탈하게 자라 어느덧 열일곱 생일이 되는 날, 놀랍게도 거인이 찾아와 티문마스를 달라고 요구하자 부부는 거인을 달래기 시작했다.

아내는 티문마스에게 몰래 옷 가방을 주며 그것을 가지고 무조건 달리라고 했고, 티문마스는 부부가 거인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동안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났다. 잠시 후 거인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하여 집을 다 부순 후 성큼성큼 티문마스를 뒤쫓았다. 티문마스는 쫓아오는 거인을 엄마로부터 전해 받은 지혜를 통해 물리치고 무사히 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