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양수근 '욕'

clint 2022. 8. 7. 10:12

 

 

 

무대는 옥탑방으로 설정된 공간이다.

주인공은 인문학을 전공하는 서방이라는 인물이고, 박사학위 논문으로 <민속학적으로 바라본 욕의 문화>라는 논문쓰기에 골몰하고 교수에게 논문을 가져다 보이지만 엉터리 논문이라며 하찮게 취급한다. 주인공은 서방이라는 이름이고 그 옆에는 우렁각시라고 주장하는 옹녀라는 여인이 함께 기거하는데, 옹녀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춤과 노래 솜씨를 드러내며 변강쇠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주인공 서방에게 가까운 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선배가 등장하고, 독립해 살 방조차 없는지 후배 옥탑방에서 함께 지내기를 바라고 찾아온 듯싶다. 선배는 자작시를 큰 소리로 읊어대며 자화자찬을 하지만 후배인 서방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여기에 서방의 제자이자 후배인 젊은 여자가 찾아온다. 당연히 옹녀와 젊은 여자는 서방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 서방이 젊은 여자를 가까이하려는 것에 노한 옹녀는 서방과 젊은 여자가 외출한 사이 시 쓰는 선배와 몸을 밀착시키고는 기다렸던 상대를 만났다는 듯 황홀해 한다. 네 인물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욕설 난무와 함께 펼쳐지고, 집주인은 옥탑 방세를 터무니없이 올려놓고는 제때에 방세를 지불하지 못하니 옥탑방의 전기와 수도를 끊는다. 한편 여자는 밖에서 책을 한 권 사들고 서방을 찾아와 그 책을 보인다. 서방이 놀래자, 선배인 시인도 그 책을 보고 경악해한다. 서방의 <민속학적 욕의 문화>라는 논문을 하찮다고 박대를 한 교수가 바로 그 논문을 표절해 책으로 출판한 것임을 알게 된다. 교수를 향한 욕이 핵폭발처럼 튀어나오는 정경이 연출되지만 서방은 비로소 자신의 욕에 관한 논문이 욕을 한차례 뛰어넘은 마치 꽃망울처럼 피어오르는 찬란한 논문이었음을 확인하고 웅크렸던 가슴을 활짝 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난다.

 

 

 

 

연극 ''은 욕설과 막말이 막연한 사회, 그러나 욕먹을 사람들이 오히려 더 떵떵거리고 사는 세상에서 제대로 된 욕을 사용하고, 욕먹을 인간을 조롱하자고 외친다.

연극 ''에는 '민속학적으로 바라본 욕의 문화'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쓰고 있는 '서방'과 우렁각시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옥녀, 시인을 꿈꾸는 선배, 그리고 한때는 제자였지만 지금은 애인인 여자가 등장한다. '서방'은 작은 옥탑방에서 학자를 꿈꾸며 글을 쓰고, 옥녀는 변강쇠를 기다리고, 선배는 폼나는 시인이 되고 싶고, 애인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연애를 꿈꾼다. 그러나 이들이 사는 현실은 너무나 우울하다. 그래도 이들은 매일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몸부림친다. 하지만 계속해서 밀려드는 난관에 부딪히고, 이들은 더 이상 욕을 욕이라 하지 말고, 욕을 꽃이라 하자며 울부짖는데...

이 연극은 시청각적으로 볼거리, 들을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욕이 꽃처럼 피어나는 언어의 마술을 펼치며, 여기에 랩과 난타가 하모니를 이루어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경쾌한 탱고가 살아나고, 현대무용과 발레의 정교한 결합을 통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이 작품을 쓴 양수근 작가는 "연극 ''은 판소리 여섯 마당 중 하나인 변강쇠 타령을 부분 차용한 것으로 두 쌍의 남녀가 펼치는 블랙코미디"이며, "관객 여러분들과 함께 제대로 된 ''으로 한바탕 신명 나게 놀아보려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