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옥미 'RESET'

clint 2022. 7. 31. 09:01

 

 

 

작품의 배경이 되는 때는 로봇이 개발된 머나먼 미래다. 인류는 로봇을 통제하기 위해 로봇에게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어느 정도의 고통이 축적되면 자멸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파란은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로봇을 복원하는 꿈을 위해 박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파란과 박사가 고통스러운 삶을 리셋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하여 프레젠테이션을 시연 중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연하는 과정에서 파란은 자신의 기억이 뒤엉켜 있음을 깨닫는다. 박사는 파란이 안드로이드임을 자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파란을 리셋한다. 박사는 파란의 배우자로서 파란의 평생 자신이 안드로이드임에도 인간이라고 알게끔 프로그래밍 해왔다. 얼마 후 파란과 박사는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 한다. 가구를 옮기던 와중 기채가 나타난다. 기채는 박사에게 자신이 바로 박사가 실패했던 로봇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자신은 자체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인간과 식별 불가능한 안드로이드로 완벽히 재탄생했다고 말한다. 박사는 기채가 자신이 법을 어기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개발했던 로봇이 기채였음을 깨닫는다. 박사는 기채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다 기채는 완전한 인간이고 싶어 한다. 기채는 박사에게 자신이 안드로이드라는 기억을 리셋 해달라며 파란의 정체의 비밀을 빌미로 박사를 협박한다. 박사와 기채는 함께 안드로이드의 기억 조작에 대해 연구할 것을 서로 약속한다. 박사는 기채의 기억 조작을 위해서는 평생 동안 일상을 함께하면서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채는 박사를 불신하며 함께 리셋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자고 말한다. 파란은 연구원으로서 버려진 로봇들의 복원을 위해 그들의 연구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한다. 기채와 박사는 연구를 위해 기채의 분신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기채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해체된 상태로 버려진 자신이 바라보았던 찬란한 봄의 벚꽃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첫 업그레이드는 죽기 직전만큼의 고통을 자각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기채의 분신과도 같은 로봇1이 탄생한다. 인간과 거의 식별이 불가능한 로봇1을 보고 파란은 감동한다. 그러나 로봇1의 오류가 발생하고, 로봇1의 오류로 인해 기채는 로봇1을 부숴버린다. 그들은 다시 로봇2를 탄생시키지만 파란은 로봇2가 부숴질까봐 염려한다. 기채는 로봇1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파란을 위해 로봇2를 부숴버리고 로봇12를 조립해 로봇3을 만들어낸다. 모두의 분신을 만들어보자고

말한다. 그들은 로봇3에 각자의 행복한 기억을 주입한다. 기채와 박사는 자신의 행복한 기억이 파란을 처음 만났던 찬란한 봄이라고 말한다. 파란은 자신이 로봇1을 만나게 되었을 때라고 말한다. 로봇3이 탄생하지만 로봇3은 모든 실상을 알고 있는 완전한 형태의 안드로이드다. 로봇 3이 오히려 파란의 기억이 뒤엉킴을 고발하자 파란은 로봇3을 부숴버린다. 급히 박사는 파란을 리셋한다. 기채는 파란에게 진실을 말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채는 버려진 로봇 공장에서 만난 로봇의 모든 얼굴은 파란이었음을 박사에게 말한다. 기채는 파란이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며,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박사는 파란이 실은 섹스 로봇이었으며 그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지금껏 리셋해온 거라고 변명한다. 박사는 파란에게 다시 조립한 로봇3을 통해 파란이 로봇3을 부쉈던 장면을 보여준다. 파란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박사는 파란에게 태엽을 건네며 언제든 리셋 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준다. 파란은 태엽을 마다하고 기채를 만나러 향한다. 버려진 로봇 공장에서 기채와 파란은 조우한다. 파란은 기채 또한 로봇이었음을 알게 된다.

파란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하려 한다. 파란은 자신의 모두 복원해낸다. 섹스 로봇이자 실험체였던 당시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하게 된 파란은 그럼에도 리셋을 원치 않는다. 파란은 기채와 함께 버려진 로봇들을 복원하겠다고 말한다. 박사에게도 연구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지만 박사는 거부한다. 파란이 결국 박사를 떠나자 박사는 집에 있던 로봇들을 폭파하고 자살한다. 파란은 기채와 함께 로봇 공장으로 향한다. 얼굴만 사라진 자신의 흔적들을 바라본다. 기채는 파란에게 태엽을 감아 자신을 리셋해달라고 말한다. 기채는 파란과 다시 한번 새로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파란은 기채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모두 옮겨 담는다. 파란은 기채의 고통에 함께 고통스러워한다. 기채가 리셋 되고 파란은 기채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여러 선택지를 제안하지만 기채는 그저 자신은 파란에게 심장이 뛴다고 말한다. 그들은 키스한다. 벚꽃이 피는 나무 아래서 그들은 서로 첫 인사를 나눈다.

 

 

작가의 글 - 김옥미

고통스러운 삶을 리셋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이라는 착상으로부터 이 작품은 출발하였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은폐하거나 외면하려고만 하는 시대에, 리셋보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자각하고자 하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적이란 것은 무엇인지, 고통과 기억은 어떻게 인간을 실존케 하는지 그려내고자 한다.

파란이라는 주인공은 고통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면서 자신의 인생을 RESET하지 않아도 RE-START 해내는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을 중심으로 <RESET>을 통해 SF 장르적 재미는 물론 이 시대의 고통 속에서 미래로 향하는 희망을 소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