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훈영 '가카가 오신다'

clint 2022. 7. 9. 07:43

 

 

32회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 및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80년대 사랑도라는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이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가족과 마을 주민이 갈등을 겪는 이야기로, 시대적 억압과 인간의 욕망이 얽혀 한 가족이 희생되는 과정을 그렸다.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을 전부 생선 이름으로 정하고, 전라도 사투리로 공연되는 것이다.

 

 

 

 

1980년 장미꽃이 만개한 오월, 사랑도 이장 조기가 돌연 사고사로 죽음을 맞게 된다. 조기의 친구 상어가 이장 자리에 앉게 되고, 조기의 아들 준치가 사고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군 복귀 명령이 떨어진 준치는 친구 복어에게 뒷조사를 맡기고 복귀를 하게 된다. 복어와 복어의 연인이자 전 이장의 딸인 연어가 사건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도 술렁이기 시작하고, 그때 뜬구름 같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사랑도에 가카님이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고 복어와 연어는 점점 더 사건을 파헤치고 그만큼 소문은 점점 더 커져가는데………

 

 

 

 

가카는 모든 것을 해결해줄 권력이다. 작중에서 권력욕에 따라 타인을 죽이는 혹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그 죽음을 외면하는 대다수의 인물이 기대는 더 큰 권력이다. "가카가 오시면 우린....,“ 희망을 거는 인물들. 호랑이의 위세를 비는 여우처럼, "가카를 잘 맞기 위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은 현실의 더러움에 눈을 감는다희생자는 그 집단에서 가장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다.

 

 

 

 

작가의 글 - 박훈영

고래 싸움에 언제나 새우등 터지지 마련이다. 역사는 언제나 고래의 싸움만을 조명할 것이고 희생된 수많은 새우는 고통과 상처를 고스란히 껴안고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그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새우의 고통과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이고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싸움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터진 새우등을 잘 치료해주는 것만이 비극을 방지하는 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래 들은 끊임없이 싸움을 재생산해 낼 것이고 또 다른 새우들이 희생될 것이다. 터진 수많은 새우들에게 고래는 진정한 사과와 화해의 손길을 건네야 할 것이며 새우들은 고래를 용서하고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거의 싸움을 잘 매듭지어야지만 또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섬, 사랑도에는 다양한 물고기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간다. 연어, 우럭, 복어, 넙치, 붕어, 멸치, 밴댕이 등등 다수의 새우들이 고래가 쳐놓은 그물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