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준호 '핏빛, 그 찬란한 순간'

clint 2022. 6. 30. 06:21

 

 

 

수양대군, 한명회, 양정, 신숙주, 정현왕후, 김종서, 성삼문, 김승규 그 외의 역사적 인물이 등장, 이야기가 시작해 극적 전개가 이루어지고 마무리까지 한다. 과거시험에 아홉 번이나 낙방을 한 한명회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즈음 수양과 조우하는 기회가 마련되고, 수양의 발탁에 감복해 그를 상감에 자리에 오르도록 하는 정변에 앞장을 선다. 그리고 김종서를 비롯한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응부 유성룡 등 보수 수구세력을 축출 살육한다. 극속에 원한에 가득 찬 망령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 등장하고, 수양의 왕위 찬탈과정이 하나하나 묘사가 된다. 수양과 한명회 그리고 양정의 열연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세조가 등극하고 사육신이 죽음의 길로 향하면서 끝난다.

 

 

 

 

작가의 글 - 최준호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라는 시구(詩句)에서 시작됐다. 그 바람은 결단하는 자들이 맞게 되는 삶의 풍파라 여겨졌다. 그 시구를 본 순간, 내 뇌리에는 결단의 두 괴물이 다가왔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과 살생부로 조선을 농락한 한명회였다조선조 대표적인 쿠데타인 계유정난(癸酉靖難)1453(단종1)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정난의 설계자 한명회 등과 손잡고, 나이 어린 조카 단종의 고명대신 김종서, 황보인, 정분 등 삼정승을 비롯한 정부의 핵심인물을 죽이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셋째아들 안평대군을 강화로 축출 사사한 뒤 정권을 잡은 사건이다. 부당한 폭력으로 권력을 잡은 자들은 그들의 행위를 스스로 미화하고, 패한 자들을 악으로 만든다. 흔히 있는 일이다. 대체로 그러한 역사적 사건은 부당했으나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선택혹은 대의명분도 없는 폭거등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선명하게 갈린다.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세조)에게도 늘 위와 같은 두 가지의 평가가 공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그 사건 당시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잡은 이들은 죽어서도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다시 죽고 산다. 그들에게 대항하다 죽는 이들의 행위 역시 새로운 평가에 의해 불멸이 되어 그 숭고함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것은 각자의 숙명이다. 이 두 가지 평가에 대하여 어떤 미화도 폄하도 아닌, 자신의 길을 숙명처럼 걸어가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췄다. 고된 삶의 바람이 불어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꿋꿋이 그 일어나는 바람을 맞으며 살아야 한다. 계유정난의 거사 당시 치열했던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거센 바람을 맞고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의 숙명에 대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계유정난(癸酉靖難)1453년 수양대군이 당시 훈로(勳老)였던 김종서를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말한다. 세종의 뒤를 이은 문종은 자신의 단명(短命)을 예견하고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남지, 우의정 김종서 등에게 자기가 죽은 뒤 어린 왕세자가 등극하였을 때, 잘 보필할 것을 부탁한다. 문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단종이 즉위 당시 12세로 어렸기 때문에 세종과 문종의 유명을 받든 고명대신인 김종서가 조정의 인사권 및 정권과 병권을 쥐고 섭정을 하였다. 수렴청정을 통해 왕실의 중심점 역할을 해야 할 왕대비, 대왕대비 등의 부재 상황에서, 세종의 영특한 아들들은 세종 시대에 각종 정치, 문화 사업에 참여한 과정에서 각자 만만치 않은 세력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세종의 차남 수양대군과 셋째 안평대군 등의 세력이 가장 강성해, 조정의 신료와 왕실, 심지어 환관, 나인까지도 이들의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안평대군 역시 수양대군과의 정치적 대결은 친형제 관계를 떠나 피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수양은 양녕대군과 효령대군 그리고 동생인 임영대군, 한명회를 안평은 혜빈의 아들들과 금성대군 등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왕권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김종서와 그를 따르는 신하들은 당시 왕자들 세력에 견제가 되는 막강한 세력들이다. 조정 대신들이 안평대군과 손을 잡게 되자, 정치적 입지에 위험을 느낀 수양대군은 자신의 뜻을 뒷받침해 줄 수하 책사로 권람, 한명회 등을 맞이하게 되는데, 수양대군은 모신(謨臣) 권람을 통하여 당시 경덕궁 직으로 있던 한명회를 얻고, 한명회를 통해 다시 홍달손, 양정 등의 유능한 무인(武人) 30여 명을 포섭하여 기회를 엿본다 한명회와 권람 이 두 사람의 합류 이후 수양대군의 정치적 세력 확대에 가속도가 붙어, 평소 절친한 관계였던 집현전 학사 출신의 소장파 관료 신숙주, 무예에 정통한 문관 홍윤성, 무관 양정, 청백리 영의정 황희의 아들 황수신, 김종서의 최측근 이징옥의 형과 아우 이징규, 이징석 형제 등이 그 세력으로 합류하게 되며, 왕실 인물들의 포섭에도 노력을 기울여 양녕대군, 임영대군, 영응대군 그리고 세종의 후궁 신빈 김씨 소생인 계양군 이증 등의 주요 종친도 그의 세력이 되었다 한명회는 세상을 읽는 능력이 있는 인물로 수양대군의 책사로 활동한다. 불우한 처지에 있던 한명회와 권람은 왕권의 추락과 신권의 막강함과 사회 혼란을 이유로 들어 정변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수양대군은 한명회 등의 도움을 받아 정치적 계략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