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숙현 '환화여, 환화여'

clint 2022. 6. 25. 08:46

 

 

 

희곡작가 김숙현의 작품, ‘환화여, 환화여2007 25회 부산연극제에서 공연되었다. 원효스님의 득도(得道)와 파계, 그 양자를 뛰어넘는 해탈 과정을 극화한 이 작품은 극단 액터스에서 공연되었다.

 

<줄거리>

661년 신라의 승려 원효는 자신이 이룩해놓은 불도자로서의 명성을 버리고 그보다 일곱 살 아래인 의상과 동행하여 불교문화가 번성한 당나라로 구도의 길에 오른다. 배를 타기 전날 밤, 때 아닌 비바람으로 노숙을 하러 들어간 움막에서 원효는 그 유명한 해골 속에 썩은 물의 일화를 남기고, 깨달음을 얻어 신라로 되돌아온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남루한 행색으로 거리를 떠도는 원효는 법복을 안기며 절로 귀환하기를 청하는 심상을 물리치고 괴승 대안을 만나 기행을 일삼으며, 길을 떠나려 한다. 요석궁의 사지에게 발목이 잡힌 원효는 일편단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요석을 만나 끝내 파계하게 된다.

요석궁에서 빠져나온 원효는 자신의 비단 법의를 광대의 누더기 옷과 바꾸고 이를 나무라는 사지와 회임한 요석을 비롯하여 자신을 추앙하는 일군의 무리를 뒤로 한 채 불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진정한 구도자로서의 삶 속으로 몸을 던진다. 원효를 받들고자 그를 찾아 헤매던 의명은 법력을 다해 위기에서 민중을 구한 영웅의 이야기를 좇아 낭인들이 수발도 마다하지 않고 선행을 베푼다는 한 민가에서 원효를 찾아낸다. 이어 원효의 스승인 방울 스님이 나타나 <금강삼매경>을 전하고 마침내 원효는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오던 환영이 환화임을 깨닫는다. 궁에서는 왕비의 깊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금강삼매경>을 강설할 대법사를 찾고 원효는 이에 응하여 심상과 함께 궁으로 향한다.

 

 

 

 

이 작품의 기본 원리는 원효와 그 환영 환화 간의 내적 갈등, 원효와 요석공주 간의 외적 갈등이다. 그 내적 갈등은 승려 원효의 내적 갈등, 곧 구도의 길로 나아가려는 내적 자아와 그 구도의 길을 방해하고 번민하게 하는 내적 자아 간의 갈등이며, 구도와 번뇌 간의 갈등이다. 그 외적 갈등은 구도의 길로 나아가려는 승려 원효와 그것을 방해하고 저지하면서 자기구제를 요구하는 과부 요석공주 간의 갈등이다. 그 갈등은 깨달음기행파계중생 구제득도로 전개된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원효의 구도 과정을 구도자로서의 원효와 그 번뇌자로서의 원효 곧, 환화 간의 갈등을 기본 모티프로 하면서 원효와 요석공주 간의 갈등을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연출가는 성스럽고 수행자적인 삶과 세속적인 타락한 삶을 통하여 그 삶이 합일에 이르는 과정에 초점을 둠으로써 대립의 원리로 삼고 있다. 그 대립의 원리가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은 극 전체 구조가 일상적 대사, 불교적 경구, 일반적 연기, 율동적 춤, 연극적 행위, 무용적 행위 등이 교차적 반복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적 상황의 한 축은 구도자로서의 원효와 번뇌자로서의 환화의 대립적 상황이다. 대립과 일탈의 결말에 이르러서 구도자로서의 원효는 자아에서 타자로, 자기 구제에서 민중 구제로 나아감으로써 끝을 맺는다. 그 끝은 그러나 관객의 몫이며, 관객에 의하여 완성되어질 것이다.

 

 

 

 

작가의 글 - 김숙현

무엇보다 역점을 뒀던 부분은 역사의 페이지 속에 큰 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원효스님을 어떻게 하면 현재 우리들의 모습 속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부각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원효스님의 일심 철학을 통한 깨달음을 주제로 삼은 이유 역시 현대인들에게 맑고 깊고 넉넉한 우주의 마음과 마음의 근본 자리를 성찰하자는 의도에서 비롯됐습니다. 극본 환화의 원제목은 회향송으로 화랑 출신의 원효대사가 당대 최고 학승의 권위와, 대덕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헐벗고 굶주린 이들과 어울려 무애가를 부르며 아픔을 나누었던 모습은 진정한 회향의 모습이었기에 붙여진 제목이며 불교인이 추구하는 구도열과 이타정신의 마무리 단계로서 자기가 지은 모든 공덕과 선근을 되돌려 중생에게 베풀어주고 보리심으로 향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봅니다.”